사회
"콩밥 먹이겠다" 폭언, 사실이었다…기간제 교사 극단 내몬 학부모
입력 2023-12-15 11:36  | 수정 2023-12-15 13:22
서울시교육청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의 한 사립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기간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해당 교사는 지속적으로 학부모로부터 "콩밥 먹이겠다"라는 식의 지속적 폭언을 겪고, 과도한 민원에 시달려 우울증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15일)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이하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 사망사건의 민원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고인의 아버지가 지난 7월 2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 찾아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알려졌습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고인의 사망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섰습니다. 이번 조사는 유가족과의 면담, 고인의 진료 및 상담 기록 조사, 학부모 면담, 업무수첩 메모 확보, 두차례 상명대부속초 감사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앞서 고인은 지난해 8월부터 8월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상명대부속초에서 기간제 담임 교사로 근무했으며, 올해 1월 15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바 있습니다.

이에 고인의 아버지는 고인이 평소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으며,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폭언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육청에서 고인의 휴대전화와 전자기기에 대한 포렌식으로 조사를 한 결과, 유족 측의 주장대로 고인은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빈번히 초과근무를 했습니다. 담임을 맡아 퇴근 후 밤시간에도, 주말에도 학부모들의 요구와 잦은 민원을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받으며 일일이 응대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명대부속초교는 담임 교사들의 휴대전화 개인 연락처를 학부모에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양쪽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당시 학생들의 갈등 상황을 재연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학부모들에게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쪽 학부모가 다른 학생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가해 학생의 아버지는 고인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학급 내의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던 과정에서 고인은 가해 학생 학부모로부터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등 협박을 듣기도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비난과 항의를 받아, 고인은 결국 정신과를 방문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 측은 고인의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감사팀은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은 사실로 인정된다"며 "그로 인해 두려움, 무력감, 죄책감, 좌절감 등의 부정적 정신감정 상태에서 우울증 진단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감사팀은 학교와 관리자들의 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해, 교직원 근무시간을 부적절하게 운영한 사실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유족 측은 산업 재해 신청 및 폭언을 한 학부모에 대한 형사 고발 여부를 검토 중이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입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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