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가까이 있고 없고의 차이
입력 2023-11-28 19:58  | 수정 2023-11-28 20:08
"우리는 과학 치안을 바탕으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 경찰의날 홍보영상

신고에서 출동, 사건 처리까지 첨단 기술을 접목한 치안으로 국민을 지키겠다는, 경찰청의 홍보영상입니다. 스마트 순찰차와 첨단 웨어러블 장비를 갖추고 대응한다니 마음이 든든해지죠.

그런데, 이렇게 훌륭하면 뭐 합니까. 불러도 한참 있다가 온다면 말이지요.

내년이면 파출소와 지구대, 치안센터 같은 경찰관서가 단 한 곳도 없는 동네가 350개 읍면동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찰이 인력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전국 치안센터 중 60.5%인 576곳의 문을 닫기로 했거든요.

현재도 전국 읍면동 5천63곳 중 경찰관서가 한 곳도 없는 지역이 2천 625곳, 이미 절반 이상인데 여기서 치안센터를 더 폐지, 동네 10곳 가운데 6곳은 치안을 맡을 관서가 아예 없어지는 겁니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경찰이 10분 내 출동하지 못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비중이 충남과 충북은 각각 33.3%, 25.8%에 이르고 강원은 26.5%에 달하거든요.

농촌에선 범죄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자식 같이 키운 농작물을 훔쳐 가는 도둑은 누가 잡을 건데요? 농작물 절도 범죄만 봐도, 최근 5년간 연평균 541건이 발생했지만 41.8%인 226건만 검거됐습니다.


다른 동네에서 경찰이 와도 늦게 도착하니 초동수사가 부실하고, 지역 사정을 모르니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서울과 수도권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치안센터 간판은 걸렸는데 낮에만 민원 처리를 하고 밤에는 문을 닫아거는 곳도 적지 않거든요. 인천만 해도 치안센터 35곳 가운데 경찰이 상주하지 않는 곳이 9개소나 됩니다.

왜냐고요? 경찰청이 지난 2004년 10~20명이 근무하는 파출소를 지구대로 통합하며, 종전 파출소 자리에 경찰관 1~2명이 주간에만 근무하게 했거든요.

경찰이 지역 안전과 범죄 예방, 단속을 해준다고 저렇게 홍보를 해놓고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보완책도 없이 치안센터를 아예 없애버리고, 심지어 범죄는 주로 밤에 일어나건만 낮에만 일하는 치안센터를 운영한다고요.

'3분 거리에 있습니다' 한 때 경찰이 내걸었던 슬로건입니다.

이젠 뭐라고 할까요. 여러분이 찾아와도 경찰은 없습니다로 해도 될까요. 죄를 지어도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늘어나는 범죄, 경찰 탓은 아니라고 과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가까이 있고 없고의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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