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달라진 옷차림에 사라지는 구둣방…"하루 1만 원도 빠듯"
입력 2023-11-24 19:00  | 수정 2023-11-24 19:35
【 앵커멘트 】
정장 위주였던 직장인 복장이 편한 차림으로 많이 바뀌면서 길거리 구둣방이 요즘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구두 한 켤레 닦는데 4천 원가량인데, 하루 수입이 1만 원도 되지 않는 날이 잦다 보니 구둣방 장인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 손에 구두 8켤레를 들고 구둣방으로 향하는 오복일 씨.

바로 옆 경찰서에 구두 50켤레를 배달할 만큼 바빴던 게 먼 옛날이야기가 됐습니다.

▶ 오복일 / 33년간 구둣방 운영
- "거의 운동화 신고 다녀서 옛날 매상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보면 되죠. 우리 일하는 사람들 많이 없어졌을 거예요."

▶ 스탠딩 : 김태형 / 기자
- "직장인이 많은 종로와 을지로 일대 상황도 심각합니다. 이 거리에만 3년 사이에 이 구둣방을 제외하고 5곳 넘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지난 2011년 1,200곳이 넘었던 서울 시내 구둣방은 점점 줄어 최근에는 800곳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 윤봉연 / 35년간 구둣방 운영
- "잘되고 했을 때는 나 직원들 6명 두고 했었어. (지금은) 진짜 엄청 안 될 때는 돈 1만 원 벌기도 힘들어."

한동안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고 편한 복장을 선호하다 보니 사라지는 구둣방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 이규봉 / 직장인
- "요즘에 워낙에 제품들이 잘 나오기도 하고, 구둣방을 많이 이용 안 하는 편인 거 같아요. 제 주변 사람들은."

못내 아쉬운 이들도 있습니다.


▶ 박천호 / 직장인
- "사실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장도 깨끗하고 구두도 깨끗하면 기분 좋게 응대할 수도 있고요."

이러다 구둣방이 아예 거리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나옵니다.

▶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 "권위를 없앤다라는 의미에서 자율복장을 많이 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신발 만드는 회사하고 연결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묵묵히 거리 한편을 지키며 이따금 사랑방이 돼주던 구둣방,

수선공들은 그저 작은 돈벌이가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윤봉연 / 오복일
- "나이가 있으니까, 애들은 하지 말라지만 집에 있으면 따분하고…."
- "아무리 힘들더라도 가끔 한 번씩 구둣방 와서 구두도 닦아주시고요."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유수진
그래픽 : 이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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