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아껴서 어디 쓰려나 했더니
입력 2023-11-20 19:59  | 수정 2023-11-20 20:08
영화 '싸움의 기술' (2006)
"싸움, 주먹질만 하는 게 아니고 살아가는 인생, 그 자체가 싸움인 거야"

싸움의 고수인 주인공은 '싸움의 기술은 단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만 말하는 게 아니다, 인생이라는 투쟁을 헤쳐나가는 기술'이라고 가르칩니다.

영어 번역엔 예술이라고 돼 있지요.

우리 국회도 이 이론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평소 화려한 싸움의 기술을 이런 데선 예술로 승화시키니까요.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로 예산 삭감 전쟁을 벌인 국회가 의원실 보좌진 인건비와 국회 경내 통신망 교체를 비롯한 '의정활동 개선'을 위한 예산은 364억 원 늘렸습니다.

60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여야가 사이 좋게 한 마음으로 말이지요.

또 이런 민원도 있었습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지난 10일)
"많은 분들이 지금 허리가 아파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지난 10일)
"지금 그래서 의자 샘플을 갖다 놓고요. 의원님들이 앉아 보시고 그중에 선택을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국회의원 의자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네요. 지금 앉고 있는 의자가 오래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1997년 당시 1개당 무려 67만 원씩 주고 샀던 의자입니다.


비슷한 논란은 2016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의원회관 접견실 의자 2천400개를 각 당의 상징 색깔로 교체하는 이른바 '깔맞춤'을 시도하려다가 '예산 낭비' 논란에 보류했거든요.

당은 있다가도 바뀌고 그럼 당 상징 색도 바뀌고 또 신당도 생길 수 있는 건데 말입니다.

이들은 국회 예산을 늘리는 이유가 다 일을 잘 하려고 하는 거랍니다.
국민은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국민 예산을 더 챙겨주는 국회를 언제쯤 볼 수 있까요.

'2022 한국인의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 조사결과에 따르면 35개 직업 중 국회의원은 위세가 가장 높은 직업이자 직업윤리가 가장 낮은 직업으로 꼽혔습니다.

국민이 보기엔 권세는 가장 많이 누리려 하면서 책임의식은 가지지 못한 존재라는 건데, 올해도 별로 바뀔 것 같지 않죠.

지금도 국회 의자에 앉아 졸고 혹은 아예 잠을 자는 의원들이 수시로 보이던데, 의자가 더 편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안 되는 건 저뿐일지 모르겠습니다.

의자가 좀 편하면 자리는 좀 지킬 지도 모르겠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아껴서 어디 쓰려나 했더니'였습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