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자궁이식 성공…"아기를 맞이할 첫걸음 내디뎌"

삼성서울병원, 'MRKH 증후군' 여성에 자궁 이식 성공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세계 최초…현재 임신 준비 중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난 여성이 결혼 이후 임신을 결심, 두 번의 수술 끝에 자궁이식에 성공했습니다. 이식 29일만에 생애 첫 월경을 한 환자는 현재 임신을 준비 중입니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마이어 로키탄스키 쿠스터 하우저(MRKH)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지난 1월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했고,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 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여성은 지난해 7월에도 자궁이식을 받았으나 실패한 바 있습니다. 자궁 재이식 수술이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을 말합니다. 학계에선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월경이 시작하지 않아 진료를 받았다가 발견하는 사례가 많으며, 자궁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지만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어서 호르몬 분비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배란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과 출산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자궁을 이식 받은 환자는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고 있습니다. 자궁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궁이식의 목적이었던 임신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자궁이식팀은 이식 수술에 앞서 환자의 난소에서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켜 배아를 준비했고 현재 이식한 자궁에 착상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환자는 지난해 7월엔 생체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았다가 실패했습니다. 이식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2주만에 제거했습니다.

첫 이식 실패 후 6개월이 지난 올해 1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이식수술을 받았고, 수술 전 과정을 재점검해 작은 혈관까지 다치지 않도록 한 결과 이식에 성공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환자는 이식 후 29일만에 생애 최초로 월경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환자는 규칙적인 월경 주기를 유지했고, 수 차례 진행한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자궁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면서 첫 실패의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무사히 자궁이 안착되어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생아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은 자궁이식은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됐습니다. 당시 환자는 거부반응이 생겨 이식 100일만에 자궁을 떼어냈습니다.

이후 2014년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자궁이식과 더불어 출산까지 성공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 9월 열린 국제자궁이식학회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의 사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자궁이식 성공 사례는 109건에 이릅니다.

그러나 자궁이식이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은 2020년 정식으로 자궁이식팀을 출범시키면서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를 마쳤습니다. 다만 이식수술이 활발한 간이나 신장, 심장 등 다른 장기와는 달리 자궁은 현행 장기이식법에 이식 가능한 장기로 명시되진 않은 상태라 수술 과정 전반이 ‘임상연구로 진행됐습니다.

현재로선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어려워 후원금 등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의료 연구에 기부를 했던 개인과 재단 기부자를 비롯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제작진 등 여러 후원자들이 연구비 기부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해준 후원자들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또 다른 환자의 자궁이식을 준비 중입니다.

국내에서 자궁이식 성공 경험이 계속 쌓이면 MRKH 환자 등 선천적 기형 등 자궁의 문제로 불임의 고통을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전망입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