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어차피 표만 얻으면 되니까
입력 2023-11-13 19:57  | 수정 2023-11-13 19:59
"한국에는 이상한 공항이 있다."

프랑스 AFP통신이 '2007년 황당 뉴스' 중의 하나로 꼽은 기사 제목입니다.

"한국엔 1억4천만 달러를 들여 건설했음에도 그 어떤 항공사도 취항하기를 원치 않는 공항이 있다"면서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용객이 없거든요. 그런데 왜 만들었을까요. 이유는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아시죠?

적자가 넘쳐나는 공항은 지금도 너무 많습니다. 전국 15개 공항 중 무안, 양양, 군산 등 10개 공항은 몇 년간도 수천억 원 적자를 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죠. 정부나 정치권은 이 놀고 있는 공항들을 어떻게 살려볼까가 아니라 10개나 더 새로 짓겠다고 합니다.

공항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예산을 전액 국고로 조달, 한마디로 나랏돈을 쓰니 적자를 봐도 망해도 지자체는 '손해 없는 장사'거든요.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 대비 편익 등을 검증해야 하지만, 공항 사업은 대부분 이 예타까지 면제를 받고 있습니다.

집을 얻으러 다닐 때도 아이 학교와 거리는 어떤지, 출퇴근 교통은 어떤지, 시장과 거리는 어떤지 등을 따져보는데 이 지역에 공항이 필요한지 운영이 가능한지도 따져보지도 않고 '묻지마' 공항을 짓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본에는 무려 97개의 공항이 있습니다. 정치권과 관료들이 선심성 정책으로 지방공항을 대거 건설한 결과인데, 이들 중 민간이 운영하는 몇 개 국제공항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적자입니다.

우리도 이 꼴 안 나라는 법 없죠.

이번엔 "한국에는 고추를 말리는 공항이 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외신에 실릴까 걱정스러운 건 저뿐일까요.

대중을 따르기만 하는 지도자는 결국 대중과 함께 망할 뿐입니다.
대중을 따르는 게 아니라 대중이 따르는 지도자가 돼야죠.

지금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메가시티 조성, 공매도 금지, 횡재세 도입 등 솔깃한 정책을 내놓고 있죠.

이러면 어떨까요. 이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겁니다. 나중에 이 정책들을 도입한 뒤 이게 진짜 국민에게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를 확인하고
국가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주장이 옳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포퓰리즘을 남발한 이들은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거요.

그럼 적어도 두 번은 고민해보고 말을 던지지 않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어차피 표만 얻으면 되니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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