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마스크와 우산으로 얼굴 가린 김길수, 신발 보고 잡았다…베테랑 형사 눈썰미에 '덜미'
입력 2023-11-07 19:01  | 수정 2023-11-07 19:22
【 앵커멘트 】
결국, 탈주범 김길수는 63시간 만에 붙잡혔습니다.
추성남 기자와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추 기자! 김길수가 잡힌 곳이 의정부네요? 최초 안양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도 의정부였잖아요.

【 답변 】
김길수가 평촌 한림대병원에서 도주한 뒤 택시를 타고 의정부에 도착했을 때 택시 요금을 가져온 여성이 있었습니다.

김길수의 여자친구로 알려졌는데, 그 여성의 집이 바로 의정부입니다.

또, 동생집이 의정부 인근 양주입니다.

경찰은 일단 이런 이유로 김길수가 서울에서 다시 의정부로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가 취재를 해봤더니 김길수가 공중전화에서 여성의 휴대전화가 아닌, 일하는 가게로 전화해서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여성의 곁에는 경찰관이 함께 있었는데, 휴대전화 번호가 아닌 일반전화 번호가 뜨자 곧바로 공중전화 부스의 위치를 확인했고, 의정부경찰서 강력팀에 전달했습니다.

김길수가 붙잡힌 장소는 의정부경찰서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도주하면서 자신이 한 번 흔적을 남긴 곳을 다시 찾는다는 게 상당히 의아한 부분인데, 아마도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여자친구밖에 없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 질문 2 】
김길수 검거 당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죠.
도주 내내 옷을 사서 갈아입고, 나름 치밀함을 보였는데, 한 베테랑 형사의 촉이 결정적이었다면서요?

【 답변 】
네. 앞서 리포트에서 검거 당시 영상 보셨잖아요.

순식간에 도주하는 김길수를 강력계 형사들이 쫓아서 체포했는데, 여기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길수의 위치를 파악한 의정부경찰서 소속 강력계 형사들이 현장을 갔을 땐 공중전화 부스에서 김길수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경찰들이 승합차를 타고 주변을 돌며 김길수를 찾았는데, 어젯밤 비가 와서 다들 우산을 쓰고 다녀서 얼굴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때 36년차 베테랑인 강력팀장의 촉이 발동했습니다.

김길수가 신고 있던 신발을 알아본 겁니다.

김길수가 도주하면서 옷은 계속 갈아입었지만, 신발은 갈아신지 않고 그대로였던 겁니다.

'설마 신발을 알아볼까?'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강력팀장의 남다른 눈썰미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의정부경찰서 강력팀장
- "옷은 (경찰이) 추적하니깐 또 사서 입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신발이 똑같았어요. 신발은 변동이 없었고, 걸음걸이하고 신발이 똑같아요. 앞쪽으로 가다 보니깐 검정 마스크 쓰고 있었고. 야! 맞다! 그래서 차로 앞을 막고 차 문 열고 김길수 이름 불렀더니 그제야 튀는 걸 쫓아가서 잡은 거예요."


【 질문 3 】
김길수 검거 다음 날, 그러니깐 오늘(7일)이죠. 검거 유공자에 대한 특진이 있었다면서요?

【 기자 】
김길수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경찰이 현상금을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올리고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가 많이 들어왔을 텐데, 결국 경찰이 스스로 김길수를 검거했죠.

의정부경찰서 강력팀 경사가 경위로, 안양동안경찰서 강력팀 경장이 경사로, 각각 1계급 특진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김길수를 직접적으로 검거한 경찰관은 아닙니다.

의정부경찰서 직원은 김길수의 여자친구를 밀착감시하면서 안심시키고, 통화하는 동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 인터뷰 : 이선주 / 경기 의정부경찰서 경위
- "(김길수와) 지인 관계에 있는 대상자가 의정부에 있으니깐 언젠가는 의정부에 다시 올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근무를 하다가 연락이 왔었고…."

또, 안양동안경찰서 직원은 김길수가 어디서 전화를 했는지 추적해 공중전화 부스 위치를 파악한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청은 특진한 두 경찰관 모두 김길수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는데, 김길수의 신발을 알아보고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의정부서 강력팀장도 특진 대상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한 가지 더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교정 당국의 늑장 신고입니다.

김길수가 도주한 건 지난 4일 토요일 오전 6시 20분인데, 경찰에 신고된 건 1시간 뒤인 오전 7시 20분이었습니다.


【 앵커멘트 】
결국, 놓친 사람 따로, 잡은 사람 따로가 된 거군요. 지금까지 추성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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