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대인재, 유명 입시 업체 '무단 크롤링'…법원 "저작권 침해 배상해야"
입력 2023-11-06 15:57  | 수정 2023-11-06 16:12
시대인재 (사진=연합뉴스)

유명 입시전문업체의 입시 분석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해 활용한 유명 입시학원에게 법원이 손해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이영광 부장판사)는 입시전문업체 A 사가 주식회사 하이컨시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 대해 하이컨시가 A 사에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하이컨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본사를 둔 수능 전문 입시학원 '시대인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시업체 데이터 긁어 컨설팅 활용

앞서 지난 2016년 당시 A 사는 전국 4년제 대학 200여 개와 전문대 130여 개 모집 요강을 모은 뒤 자사 웹사이트 이용자들로부터 희망대학, 수능 성적,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등을 종합해 분석한 입시지원정보를 만들어 대학 경쟁률, 예상 커트라인, 예상 등수 및 합격 가능성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 시대인재 입시 R&D 센터장 B 씨는 A 사의 입시정보 데이터를 수집하는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2019년까지 약 3년에 걸쳐 점수정보 3만여 건과 개인 지원정보 2만여 건, 예측 커트라인 300여 건을 수집해 저장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로 B 씨는 같은 학원 직원 C 씨 등과 함께 입시지원생들의 진로상담과 입시컨설팅에 활용했습니다.

이에 A 사 측은 시대인재와 소속 직원들이 저작권법 보호를 받는 데이터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얻었다며 지난 2021년 시대인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시대인재 측은 B 씨가 학원과 용역 계약을 맺은 별개의 사업자일 뿐 직원이 아니고 학원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A 사가 만든 입시정보는 누구든지 볼 수 있는 공개자료인 만큼 크롤링 행위로 A 사의 권리를 침해한 게 아니라고 시대인재 측은 주장했습니다.

"저작권 침해 맞다 배상해야"

서울중앙지법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A 사의 입시정보는 수십 억원을 투자해 만들어진 만큼 저작권법상 데이터로 볼 수 있다"며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시대인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어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구축한 입시정보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무단으로 수집해 자신의 영업에 이용한 만큼 A 사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친 것"이라며 무단 크롤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B 씨가 학원 감독하에 있는 직원이 아니라 학원 측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B 씨가 학원 상호명과 학원 직함을 썼고 자신이 운영하는 유명 입시정보 카페 'R 입시콘서트'에도 시대인재 직함을 표시했다"며 "실제 학원 측이 일정 부분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걸로도 보이는 만큼 학원 측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학원 측이 무단 크롤링에 직접 관여는 안 했다는 점은 받아들여 손해배상액은 A 사 측이 요구한 6억 5,000만 원 중 3,00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A 사 측은 MBN과 통화에서 "판결 내용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대인재 측도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 기소도

B 씨와 시대인재는 무단 크롤링으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오늘(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박혜정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시대인재 측은 "기소된 것만 가지고 민사 재판부가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며 "민사 재판 결과는 항소할 예정이고 형사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퉈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B 씨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9차례에 걸쳐 무단 크롤링 프로그램으로 A 사의 입시정보를 수집했고, B 씨를 종업원으로 둔 시대인재도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며 지난 2022년 B 씨와 학원 등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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