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늘 티셔츠·반바지만 입던 '코인왕', 징역 115년 위기…무슨 일?
입력 2023-11-06 08:18  | 수정 2023-11-06 09:06
샘 뱅크먼-프리드/사진=연합뉴스
2019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 설립
고객 자금 빼돌려 빚 상환·불법 정치자금 제공
내년 3월 28일 선고 예정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FTX를 창립하며 한때 '코인왕'으로 불리던 샘 뱅크먼-프리드가 금융 사기, 자금 세탁 등 7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고 최장 징역 115년 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4일(현지시간) BBC는 "약 한 달간의 재판 끝에 배심원단 12명이 만장일치로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심 재판을 담당하는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법은 배심원단 판단을 기반으로 내년 3월 28일에 선고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뱅크먼-프리드에게 적용된 혐의의 최고형을 모두 더하면 무려 징역 115년에 달합니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인 부모를 둔 그는 어릴 적부터 수학에 두각을 나타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회사인 '제인 스트리트'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금융 분야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는 2017년 암호화폐 가격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차익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강하지만 수요는 높았던 한국·일본에서는 미국에서보다 더 비싼 가격에 비트코인이 팔렸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산 비트코인을 일본에 팔아 수익을 남겨 '알라메다 리서치'를 세웠습니다.

이후 '알라메다 리서치'에서 번 돈으로 2019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했고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 거래 건수가 치솟자 FTX에 대한 투자도 줄을 이었습니다.

FTX의 기업 가치는 한때 32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부스스한 머리에 티셔츠·반바지를 즐겨 입던 그는 '괴짜 같은 천재' 이미지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강연에 나섰을 때도 이런 옷차림이었습니다.

또한 데이터 등 실질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 방법을 찾자는 일종의 사회운동인 '효율적 이타주의(EA·Effective Altruism)'를 통해 자신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알라메다와 FTX의 재무 건전성에 의혹이 제기됐고 이어 뱅크런(대량 고객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서 '코인판 리먼 사태'로 이어져 FTX는 파산했습니다.

조사 결과 2019년부터 알라메다 리서치가 자금난에 빠질 때마다, 뱅크먼-프리드가 FTX의 고객 자금을 빼돌려 빚 상환에 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 고객 자금으로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산 혐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1억 달러(약 1312억 원)를 쓴 혐의 등도 불거졌습니다.

이에 뱅크먼-프리드 측은 FTX에 위험 관리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반면 전 여자친구인 캐롤라인 엘리슨 알라메다 리서치 최고경영자(CEO)와 MIT 시절 룸메이트였던 개리 왕 FTX 공동 창업자가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면서 재판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뱅크먼-프리드의 동업자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자신들의 형량을 두고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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