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홍대서 군복 코스프레 민간인 즉결심판 [사건인사이드]
입력 2023-10-29 23:03  | 수정 2023-10-29 23:07
사진=연합뉴스
"맛있는 걸 주지 않으면 말썽을 피울거에요"라며 집집마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받아가는 것. 이 때 복장은 귀신 분장 정도. 통상 10월의 마지막 날, 영미권이 한다는 핼러윈 축제의 단면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국내에서도 성인은 물론 영유아들 사이에서 핼러윈 복장을 입고 파티를 하고 인증샷을 찍으며 즐기기 시작했죠. 10 여 년 전만 해도 주한미군, 원어민 강사 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끼리 삼삼오오 하던 파티가 유행에 이어 점점 더 하나의 놀이 문화, 특별한 날로 정착이 된 듯 합니다.

문제는 젊은이들 중심으로 즐기는 핼러윈에는 기괴한 분장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제복을 입고 변신하는 '코스프레' 놀이가 더해지며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위급 상황이지만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까지 진입하는데 한참을 애 먹었던 일이 알려졌죠. 현장 자체도 복잡했지만 다수가 핼러윈 복장을 입은 일반인으로 착각했기 때문인데요. 결국 올해는 경찰이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나섰습니다. 다음 달 5일까지 포털사이트와 중고 거래 사이트 등 온라인상 경찰 복장 판매 행위를 단속 중이고요. 또 거래 행위가 발견되면 판매 게시글을 삭제하고, 경찰 제복이나 장비 등을 암거래하는 행위도 적발하기로 했습니다. 현행법상, 일반인이 경찰 제복이나 비슷한 복장을 입으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빌려줄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거든요. 또 군복이나 소방복 등 자격 없는 일반인이 법적으로 정해진 제복이나 군복을 입는 경우도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하나 쯤이야', '설마 걸리겠어?' 이런 생각이었을까요. 서울 마포경찰서는 핼러윈데이를 앞둔 주말인 지난 28일 오후 7시 30분쯤 마포구 홍대 축제 거리에서 군복을 입고, 군 배낭과 모형 총기를 들고 다닌 혐의로 20대 남성을 즉결 심판에 넘겼습니다. 또 이 남성 외에도 군복을 착용하거나 모형 총포 등을 휴대한 시민 7명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20만원 이하 벌금 등)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 재판으로 전과가 남지 않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코스프레는 개인의 자유인데 왜 꼭 핼러윈에만 그러느냐. 정치 집회에도 적용하라"는 말부터 "1년 전 이태원 대형 참사를 잊었냐"며 처벌 강화의 목소리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본질적으로 핼러윈 문화를 즐길 수는 있지만, 적어도 굳이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한가 생각해볼 시점인 것 같습니다. 핼러윈은 원래 기독교 축일이 아일랜드 축제와 섞이며 시작됐다고 합니다.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서로 음식을 대접하고, 사탕을 받아오며 공동체 결속을 확인했다는 건데요. 지금 우리의 핼러윈 모습은 어떤지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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