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사비에 쓰세요"···공수처장에 1천500만 원 보낸 80대 실형
입력 2023-10-21 15:33  | 수정 2023-10-21 15:53
사진=연합뉴스
특정 검사에 대한 고소 서류와 자기앞 수표 보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전직 검사를 고소하면서 수사비에 보태라며 공수처장에게 1천500만 원을 보낸 8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오늘(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김우정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차모(86) 씨에게 최근 징역 1년을 선고하고 1천500만 원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차 씨는 2021년 서울의 한 우체국에서 등기우편을 통해 전 A 검찰청 소속 검사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서류와 함께 1천500만 원의 자기앞수표를 공수처장에게 보냈습니다.

그는 '존경하옵는 공수처 처장님에게 보고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도 함께 넣어 발송했는데, 이 편지에는 "제가 보낸 자기앞수표는 수사비에 보태쓰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우편은 같은 해 7월 14일께 공수처 사건관리과에 도착했습니다.


차 씨는 2019년에도 뇌물공여죄 등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으며 누범기간에 다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차 씨 측은 이 우편을 공수처장이 직접 받아 개봉한 것이 아니므로 뇌물공여 등의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우편물이 공수처 담당 직원에게 도달한 만큼 언제든 공수처장이 이를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침해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방법이 매우 허술하고 범행으로 인해 공정한 직무 집행이 저해될 위험성은 낮아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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