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자화장실 몰카가 성착취물 아니다?…1심 판단 뒤집고 2심서 감형
입력 2023-09-29 11:24  | 수정 2023-09-29 11:29
불법 촬영 이미지, 춘천지방법원 외경.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MBN
2심 재판부 "화장실서 신체 노출은 성교행위 아냐"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으로 촬영한 촬영물은 '성 착취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신상정보 5년간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A 씨는 작년 8∼9월 상가 여자 화장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47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천장을 뚫은 혐의(재물손괴)에 더해 성 착취물 800개를 소지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습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상당한 수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해 제작한 영상물은 성 착취물이라고 본 겁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피해자 상당수가 아동·청소년이었음에도 성적 행위가 없는 화장실 이용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해 화장실을 그 용도에 따라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체 부위를 노출한 것은 성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A 씨에 대한 성 착취물 제작 범행은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별개로 화장실 이용행위 자체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화장실 몰카 영상을 성 착취물로 확장해서 법률을 해석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성 착취물 제작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점과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해 형량을 감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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