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생은 어디로'…경기 고양시의회의 끝없는 파행
입력 2023-09-24 14:57  | 수정 2023-09-24 15:22
파행을 거듭하고는 있는 경기 고양시의회
9대 시의회 개원부터 회기마다 안건 부결
민생 예산 줄줄이 '올스톱'…피해는 시민 몫
여야가 똑같이 17석씩을 나눠 가진 경기 고양시의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9대 의회가 들어선 지난 1년 3개월 동안 거의 모든 회기마다 안건이 부결된 탓에 민생 예산이 줄줄이 '올스톱' 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됐습니다.


고양시의회의는 제276회 임시회에서 지난 6월 미처리된 조례 등을 포함해 총 102건의 안건과 올해 2차 추경예산 1,946억 원을 다룰 예정이었습니다.

지난 7일 개회해 2주간 진행됐는데,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파행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추경예산에는 각종 지원금과 물가·인건비 상승분 등 고정적 비용, 주차장·도로·가로등 보수, 제설 등 시급한 민생 사업이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영아(만0~1세)를 둔 가정에 매달 주는 부모 급여 74억 원이 편성되지 않아 자칫 다음 달부터 일부 수당이 지급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262개교 11만 8,000명이 대상인 무상급식 지원비 110억 원 역시 처리되지 못해 유치원과 각급 학교 무상급식도 비상입니다.

또, 준공된 지 15년이 지난 공동주택 노후 승강기(600대) 교체를 위한 지원금 9억 원도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업이 지연되면 노후 아파트 승강기 교체가 미뤄져 운행이 중단될 수 있고, 자칫 어르신들이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고양시의회 민주당 "내부 간부회의 발언 사과 요구"

이번 파행은 지난 8월 고양시 집행부 내부 간부회의 발언을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 삼으며 시작됐습니다.

당시 한 공무원이 시의원에 대해 다소 부적절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의회에 대한 도전적인 폭거'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부 회의 내용이 무단 유출된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동환 고양시장이 의회에 출석했지만, 민주당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거세게 항의하다 집단 퇴장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정쟁 중단을 요구하는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

9대 의회 시작부터 파행 거듭

고양시의회의 파행은 9대 의회가 들어선 직후부터 시작됐습니다.

개원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간부급 공무원 인사에 의원 요구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제265회 안건을 부결 또는 보류시켰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양시 비서실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 2023년도 본예산을 심의하지 않아 준예산 체제로 올해를 시작했습니다.

시장 등 주요부서의 업무추진비가 대폭 삭감되며 보복·표적 삭감 논란도 일었습니다.

이후 열린 본회의도 시장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안건을 처리되지 못했고, 고양시 조직개편안도 4차례 미심사 및 부결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습니다.

시민 "그만 좀 싸워라"...국민의힘 "파행 끝내야" VS 민주당 "의회 존중해야"

고양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를 따갑습니다.

시민 최 모 씨는 "선거 때는 시민만 바라보겠다며 한 표를 호소하더니 매번 싸우는 모습만 보인다"며 "시민을 위한다면 정쟁은 하더라도 민생은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잇따른 파행에 대해 여야의 입장은 엇갈립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의회는 어느 한 쪽 정당만 잘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며 "사안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지금처럼 파행을 거듭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시의회 파행에 대해선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고양시장을 포함한 고양시 집행부가 의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추성남 기자 spor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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