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어머니 살해한 아버지' 30년 모시다 살해한 아들 징역 7년
입력 2023-09-01 15:27  | 수정 2023-09-01 16:23
서울고등법원 (사진=연합뉴스)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30년 동안 모시고 살다가 다툼 끝에 80대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에게 징역 7년 형이 내려졌습니다.

지난달 17일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62살 A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가정폭력에 어머니 살해

아버지 B 씨는 A 씨가 어릴 때부터 가족들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1988년에는 자신의 아내이기도 한 A 씨의 어머니를 살해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출소한 뒤 아버지 B 씨는 A 씨 그리고 A 씨의 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녀들과 불화를 겪었습니다.

2014년쯤 부터 B 씨는 절도와 재물손괴 등 범행을 여러차례 저지르기도 했고 2017년에는 A 씨 동생에게 욕설을 하고 다툼을 벌이다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때 일로 동생은 집을 나갔고 이후 A 씨와 B 씨 단둘이 살았습니다.

"도둑놈 나가라" 말에 결국

A 씨와 B 씨는 2017년부터 경기 부천시의 한 빌라에서 단 둘이 살았습니다.

A 씨는 결혼도 하지 않고 B 씨를 부양했는데 둘이 사는 동안에도 B 씨의 폭언은 계속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매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오전 B 씨는 자신이 찾는 물건이 안 보이는데 A 씨가 가져간 게 아니냐며 따졌고 "도둑놈", "집을 나가라"는 식의 폭언을 시작했고 A 씨의 머리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마침 아침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 상태였던 A 씨는 격분해 B 씨를 밀쳐 넘어뜨린 뒤 주방에 있던 흉기로 목 부위를 베어 살해했습니다.

"부양의무 다했고 형제들도 탄원"

A 씨는 범행 뒤 자수했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법원은 A 씨가 처한 상황이 참작할 만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A 씨는 결혼마저 포기한 채 자신이 번 돈으로 생활비를 부담하고 식사를 챙기는 등 피해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며 "A 씨가 자식처럼 아끼는 조카로부터 선물 받아 소중히 여기던 노트북을 B 씨가 집어던지며 A 씨를 때리자 A 씨의 감정이 폭발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A 씨의 형제들과 조카들이 불우한 가정사를 토로하며 선처를 거듭 탄원한 점도 참작할 만하다고 봤습니다.

다만 법원은 "아버지를 살해한 범행은 용납할 수 없는 패륜적, 반사회적 범죄이고 B 씨의 폭언이나 폭행이 살인을 유발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존속살해죄의 최저형량인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 측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형량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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