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같은 학교 20대 교사 2명 숨진 초등학교…교육청에 '단순 추락사' 보고
입력 2023-08-08 09:27  | 수정 2023-11-06 10:05
유족들, 교사의 얼굴과 이름 공개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2명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어제(7일) MBC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의정부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4~5년 차 교사 고(故) 김은지씨와 고(故) 이영승씨가 그해 6월과 12월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두 교사에게 해당 초등학교는 첫 발령지였습니다.


2017년 3월 발령받아 학교에 온 초임 교사 김씨는 3학년 담임을 맡게 됐고 근무 한 달 만에 우울증을 진단받았습니다.

김씨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는 (김씨가)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같은 해 4월 김씨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학교는 이를 만류하고 김씨를 3학년 담임에서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습니다.

하지만 1년 뒤인 2018년 김씨는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습니다.

김씨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에게 전화 받는 것을 수시로 봤다"며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전화 받기를 두려워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교사의 2019~2020년 일기에는 그의 심적 고통을 짐작할 만한 내용들이 적혔습니다.

‘애들이 내 머리 위에 있어 ‘내 탓이 아니야 ‘긴급회의가 있으니 학교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체육 전담이라도 상관없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몇 차례 병가를 냈던 김 교사는 2021년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에 끝내 숨졌습니다.


이 교사 역시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학부모 항의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임 첫 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페트병 자르기를 하던 아이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났는데, 이 학부모는 아이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며 치료비 보상 요구를 해왔습니다.

이듬해 이 교사가 휴직하고 군 입대를 한 뒤에도 군대에까지 전화를 하는 등 학부모 항의는 계속됐습니다.

유족은 학교 측이 이 교사에게만 책임을 미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에서는 우리 애한테 (학부모와) 연락해서 해결을 하라고, 돈을 주든가 해서 전화 안 오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교사가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학급에서 따돌림 문제가 생겨 상담도 많이 했고, 반 학생 한 명이 장기결석을 해서 아이 부모와 400건에 달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특히 따돌림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는 이 교사에게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마라” 익명채팅창으로 공격을 받는다” 등 세세한 요구와 불만 제기를 했습니다.

해당 학부모는 직접 교실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학부모는 제가 요구한 건 단 하나였다. ‘왜 얘만 이렇게 당해야 되냐. 선생님은 그거 아시면서도 왜 맨날 그렇게 처리를 하셨냐 공개 사과해 달라고 했다”면서 제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거다.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했는데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으신 것 같기는 했다”고 매체에 말했습니다.

이 교사는 해당 민원 직후인 다음 날 새벽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숨졌습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최근까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 원인은 두 교사 모두 ‘단순 추락사였다고 합니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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