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핵심클릭] 제발 '도로' 좀 만들어주세요
입력 2023-07-16 08:34  | 수정 2023-07-17 14:12
은평뉴타운 제각말푸르지오 전경

서울 서북권 끝자락 북한산 기슭에 올망졸망한 높이의 아파트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서울시 1기 뉴타운 중에도 가장 먼저 조성된 은평뉴타운입니다. 2만 가구에 약간 못 미치는 규모로, 북한산과 어우러진 전원형 뉴타운으로 쾌적한 자연환경을 자랑합니다.

교육시설은 초등학교 4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2곳이 있는데, 초기엔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구 내에 유해시설이 없는 등 지역에서 아이키우기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요 학교들이 과밀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족했던 편의시설도 구파발역을 주변으로 쇼핑몰과 상가건물, 대학병원 등이 들어서며 어느정도 해결됐고, 구파발역과 연신내역이 멀지 않고 버스전용차로가 정비돼 있어 전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는 것도 큰 불편이 없습니다.

다만,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도로 교통입니다. 산이 많은 지형상 서울 도심으로 들어가는 왕복 4차선 이상 도로가 통일로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전용도로 역시 전무합니다.

뉴타운이 처음 추진될 당시에는 은평구 박석고개에서 종로구 자하문길을 연결하는 '은평새길'이 계획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평뉴타운 일부와 종로구 등 도로 인접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전철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이 대안으로 추진되면서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추진이 재개돼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지만, 개통까지는 여전히 머나먼 일입니다. 은평뉴타운쪽에서 고양시 서오릉로 쪽으로 왕복 4차로 도로를 건설하는 '통일로 우회도로' 계획도 있는데, 역시 이렇다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뉴타운 건설로 인구는 늘었는데 도로는 그대로이다보니, 통일로는 출퇴근 시간에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합니다. 자차로 도심 출퇴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거죠. 천혜의 자연환경에도 아파트가격이 주변 지역에 비해 높지 못하는 등 서울의 변방으로 머물러 있는 이유입니다. 대안으로 추진됐던 신분당선 연장선 역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평새길·평창터널 노선도. 자료: 서울시

3기 신도시 중 가장 좋은 위치로 평가받는 '하남교산' 신도시도 같은 처지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논란 탓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에 3.2만 가구 규모의 하남교산 신도시를 확정·발표하면서 지하철 3호선 연장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선시공 등을 주요 교통계획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하남교산 지구는 지구 북쪽을 제외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서울양평고속도로가 지연되면 신도시에서 서울 송파구 쪽으로 이동하는 길은 사실상 보훈병원으로 가는 동남로 연결도로 밖에 없습니다. 출퇴근 도로교통 지옥이 불보듯 뻔하게 예견되는 대목입니다.

신도시를 만들 때마다 교통망 지연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 반복되자 정부는 3기신도시 발표를 비롯해 수 차례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에 지친 신도시 주민들은 이제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새 교통망? 필요 없습니다. 처음에 약속했던 노선이나 제발 계획대로 만들어주세요."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하남교산 신도시 계획도. 자료: 국토교통부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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