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일천하' 프리고진 행방 묘연…벨라루스 "우리도 모른다"
입력 2023-06-26 17:01  | 수정 2023-06-26 17:37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CNN은 25일(현지 시각) 프리고진은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합의했지만 행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러시아 크렘린궁과 벨라루스 관리들은 프리고진 행방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프리고진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지난 24일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입니다. 그와 바그너그룹 대원들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모스크바까지 약 200㎞ 남긴 지점에서 철수해 하루 만에 무장반란의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그는 검은색 승합차에 탑승한 채 자신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주민들에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후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한 시민과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모스크바를 향해 하루 만에 800㎞를 진격했으나 갑작스러운 합의로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 사진=AP연합뉴스


CNN은 이날 프리고진의 케이터링 회사 콩고드 매니지먼트에 그의 행방을 문의했습니다. 다만 프리고진이 모두에게 안부를 전했다. 소통이 가능할 때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벨라루스 관영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당국 측도 프리고진의 소재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가 이미 입국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아프리카로 향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바그너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중앙아프리카 등에서 광물 채굴권 등 이권을 챙기는 대가로 해당 정권을 무장 비호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처벌 안 한다 했지만…무사할까?

프리고진 소유의 요식기업 콩고드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입장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기로 합의한 만큼 기소를 취하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서방 주요 언론들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가더라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유혈사태를 피했지만 푸틴과 프리고진의 불화는 끝나지 않았다”며 푸틴은 상황이 안정되면 프리고진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폴란드에 망명 중인 벨라루스 정치 분석가 아르템 슈라이브만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난다고 해서 그곳에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벨라루스에서 그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핫도그 노점상에 반란 주동자로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에게 음식을 내왔을 때의 모습이다. / 사진=AP 연합뉴스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을 중단했지만, 1990년대부터 시작된 프리고진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연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196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프리고진은 유년시절 운동선수를 꿈꿨지만 절도, 사기 등의 범죄를 수차례 저질렀습니다. 스무살이 되던 1981년 구속됐고 9년 동안 복역했습니다.

이후 시장 노점상에서 시작한 핫도그 장사는 크게 성공했고, 여러 지점을 거느린 고급 레스토랑 식당에 뛰어들며 신흥재벌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중 상트페테르부르크 강에 띄운 선상 레스토랑 ‘뉴 아일랜드가 있었는데, 푸틴 대통령이 이곳 부시장을 지내던 시절 프리고진이 그를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대통령, 일본 총리를 이 식당에서 만날 정도로 단골이 됐고, 이 인연을 계기로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부 및 군과의 케이터링 사업 계약을 맡기에까지 이르면서 프리고진은 큰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과거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과의 관계를 부인해 왔지만,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전면에 나섰습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9월 우크라 동부 돈바스에 병사를 보내기 위해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가 무장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커진 데는 푸틴 대통령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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