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년치 '킬러문항' 26개 보니…"출제부터 확실히 걸러낼 것"
입력 2023-06-26 15:56  | 수정 2023-06-26 16:04
정부가 킬러문항으로 꼽은 사례. 2023학년도 수능 국어 17번(좌)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영어 33번(우) / 사진 = 교육부 제공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 신설
오는 9월 모평부터 킬러문항 배제 방침

정부가 최근 3년 동안 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들 가운데 총 26개의 '킬러문항'을 가려내 공개했습니다.

교육부는 오늘(26일) 최근 3년간 수능 시험과 지난 6월 모의평가 국영수 영역에서 모두 26개의 킬러 문항을 확인했다면서 이 같은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문항'을 수능 출제 단계에서부터 확실히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오늘 발표된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은 당장 오는 11월 16일 치러질 수능을 겨냥한 대책을 포함해 유·초·중·고 사교육 수요 원인별 맞춤 정책이 담겼습니다. 역대급으로 치솟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종합 대책인 셈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오늘(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날 정부가 공개한 '킬러문항'을 보면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8개 ▲2023학년도 수능 8개 ▲2022학년도 수능 9개 ▲2021학년도 수능 1개 등 총 26개입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으로 정의한 뒤 교육부와 현장 교원 중심으로 킬러 문항 점검팀을 구성해 이를 골라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3학년도 수능 국어 시험에서는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다룬 과학 지문에 달린 15번과, 클라이버의 법칙을 이용해 농게 집게발 길이를 추정하는 17번 문제가 킬러문항으로 꼽혔습니다.

추론해야 할 정보량이 과다할 뿐만 아니라 전체 지문을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단절적으로 제시된 요소 간의 관계를 확인해 답을 찾아야 하므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밖에도 20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는 '달러화'의 기축 통화 역할과 '브레턴우즈 체제'를 다룬 경제 분야 지문을 읽고 푸는 13번이 높은 경제 영역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에 선정됐습니다.

영어에서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서 33번, 34번, 2023학년도 수능에선 34번과 37번, 2022학년도 수능에선 21번과 38번이 킬러 문항으로 선정됐는데,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 구조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비판 받았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교육부는 현장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수능 출제 단계에서 킬러문항을 걸러낼 계획입니다.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수능을 만들지 않겠다는 겁니다. 먼저 9월 모평부터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수능 출제위원과 사교육 시장의 유착을 방지하는 대책도 도입됩니다. 현재 수능 출제 위원들은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비밀 서약을 하며 이를 어길 시 민형사적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입시학원이 수능 출제경험이 있는 교사·교수에게 모의고사 문항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출제위원이 일정기간 수능 관련 강의·자문 등 영리 행위를 하는 것도 금지할 방침입니다.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와 내신 지필·수행평가도 공교육 과정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대입 수시 준비를 위해 고액 컨설팅을 받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현장 교사들이 운영하는 무료 공공 컨설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수준에 따라 EBS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기존 유료 중학 프리미엄(연 71만원) 강좌를 무료로 전환하며 초등 단계 돌봄 사교육 수요 대응을 위해 늘봄학교와 초1 에듀케어를 확대할 전망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