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또 '아동 유기·유령 아동' 나올까…출생 미신고 영아 전수조사
입력 2023-06-23 12:02  | 수정 2023-06-23 12:07
사진=게티이미지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계기로 출생 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된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지금까지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는 '뒷북' 지적이 제기됩니다.

정부와 국회 모두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기관의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의료기관에서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 법제화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병원 밖 출산'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제(22일) 보건복지부와 감사원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 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는 2천236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중 감사원이 조사한 23명 가운데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명 중 2명은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친모가 출산 직후 살해한 영아입니다.

경기도가 64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서울 470명, 인천 157명, 경남 122명, 전남 98명, 경북 98명, 충남 97명, 부산 94명 순이었습니다.

이들 영아 2천여 명은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 출생 직후 B형간염 등 필수 예방접종을 위해 자동 부여되는 '임시 신생아번호'를 통해 파악됐습니다.

의료기관은 임시 신생아 번호로 필수접종을 실시하고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그 비용을 정산받습니다.

그런데 이 임시 신생아번호에는 아이를 낳은 여성(모)에 대한 정보는 반영되지 않아 임시 신생아번호(접종기록)와 실제 출생신고 여부를 교차 확인해서 추적할 수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대 아동 발굴을 위해 시행하는 가정양육 아동 전수조사 등 기존 체계는 출생신고를 해서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아동만 대상으로 합니다.

감사원이 최근 보건당국 정기 감사에서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유령 아동'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사례를 직접 확인하면서 이번 수원 영아 살해가 확인된 겁니다.

감사원은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동들이 필수 예방접종·아동수당·보육지원 등 복지에서 소외되거나 범죄 등 위기상황에 노출된 채 제도권 밖에서 무적자로 양육되면서 생존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영아 살해 등 아동 학대 관련 대응 방안 발표 / 사진=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관계 기관과 함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수조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파악된 2천236명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합니다.

전수조사에서 살해 또는 유기된 사례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정부는 출생 신고가 누락되는 '유령 아동'이 없도록 한다는 목표로 의료기관이 신생아 출생을 각 시읍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위기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 법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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