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7살 성추행' 대만 국민 MC, '미투' 폭로에 극단 선택 시도
입력 2023-06-21 10:39  | 수정 2023-06-21 10:57
사진=대만 중앙통신사 캡처
대만서 '미투' 운동 확산...국민 MC 미키 황 성추행 폭로돼
미키 황, 폭로 사실 모두 인정 후 극단 선택


대만에서 '미투'(Me too·나도 폭로한다)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현지에서 국민 MC라 불리는 연예인이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되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0분쯤 51살의 남성이 자해를 해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타이베이 소방국에 접수됐습니다.

병원으로 후송된 이 남성은 이후에 대만의 국민 MC 미키 황(黃子佼)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 일은 최근 대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는 '조피아'라는 사람이 10여년 전 한 유명 연예인으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조피아는 연예계를 동경하는 작곡가 지망생이었던 17세 때 당시 이미 대만 연예계에서 유명했던 한 남성 MC를 알게 됐는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차 안에서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하다가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피아는 또한 그 남성이 어느 날은 호텔로 자신을 초대하더니 예술 전시에 필요하다면서 사진을 찍게 반라 상태에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조피아는 당시 자신이 너무 어렸고 어리석었다면서 원래는 자신이 당했던 일들을 함구하고자 했으나, 최근 대만에서 미투 운동이 퍼져나가고 그 남성이 TV에서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자 참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해 연예인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폭로 글이 화제가 되자 미키 황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를 인정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황은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래 불안했다고 토로하면서 이후 달라지려고 애를 썼고, 특히 결혼과 출산 이후 노력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020년 스무살 연하의 배우 서머 멍(孟耿如)과 결혼해 자녀를 낳았습니다.

황은 자신의 아내는 과거의 그 일을 모른다면서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당 영상은 1시간 후 삭제됐습니다.

황이 병원에 실려 간 뒤 그의 아내 멍은 소속사를 통해 남편이 아직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멍은 남편의 성추행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가족으로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뒤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Netflix 드라마 '인선지인' 캡처



중앙통신사는 이번 일이 대만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되며 드러난 많은 피해 주장 중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대만에서는 넷플릭스 정치 드라마 '인선지인' 방영 이후 미투 운동이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을 강타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당의 정치인과 학자,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한 '나도 성폭력 피해자'라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방영된 정치 드라마 '인선지인'은 여성 보조관이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캠프에서 일하며 겪는 성장기를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선거 기간 동안 선거 캠프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 폭로를 현실적으로 다루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방영 이후 지난 5월 31일 민진당의 전 당원이 SNS를 통해 성희롱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폭로와 함께 드라마 대사인 "이대로 놔두지 말자"와 드라마 스크린샷을 올렸습니다.

이후 민진당에서 미투 폭로가 꼬리에 꼬리를 물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불붙기 시작한 미투 운동은 여전히 확산세입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