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종찬 신임 광복회장 "尹 '100년 전 일' 발언, 베팅한 것"
입력 2023-06-04 16:19  | 수정 2023-06-05 14:11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이종찬 광복회장 / 사진 = MBN
"새로운 동북아 집을 짓는 데 베팅한 것"
현재 정치판에 대해선 "법에 의한 지배, 이건 아냐"
"2세대 광복회, 어떤 광복회가 돼야 하느냐 정립해야"

지난 4년 동안 김원웅 전 회장의 횡령 의혹 등으로 내홍을 겪어오던 광복회 회장 자리에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새롭게 올랐습니다. 지난 1일부터 제 23대 광복회장의 임기를 시작한 이종찬 회장은 MBN과의 인터뷰에서 "참 어려운 시기에 회장 자리를 맡게 된 것 같다"며 "독립 정신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저의 인생에 매듭을 짓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23대 광복회장 선거에서 선출된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축하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종찬 광복회장은 오늘(4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을 통해 '그동안 광복회장이 5번 바뀌고 고소·고발도 많았다. 어떤 각오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과거의 광복회 1세대는 말하자면 독립투쟁을 했기 때문에 그냥 존재 그 자체가 권위다. 그러나 2세대는 그런 권위가 없다"며 "지금 2세대에는 어떤 광복회가 돼야 하느냐 하는 것을 정립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참 어려운 시기에 제가 회장을 맡게 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이 회장은 "광복회는 '민족정기 선양', '통일시대 대비', '독립정신을 민족정신으로 승화·발전' 등 굉장히 공적인 기능을 강조한 것이 특징인데, 이런 것에 대해 우리가 등한시하고 너무 사적인 것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건국일을 1919년 상해 임시정부가 출범했을 때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주권이 회복됐던 1948년 8월 15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갈리는 것에 대해서는 "1919년에 처음 국민 주권 시대가 선언된 것"이라며 "1948년에 주권 회복이라고 한다면, 그 해에 북한도 정권을 수립했다.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이 9월 9일, 우리는 8월 15일에. 그렇게 되면 서로 정통성이 어떤 것이 더 우월하느냐는 문제에 걸려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1919년을 건국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데 더 낫다 주장입니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이종찬 광복회장 / 사진 = MBN


또 할아버지인 우당 이회영 선생과 이석영 선생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1920년 일본이 대대적인 작전을 전개하면서 만주에 있던 신흥무관학교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서 북경에 머물게 됐다. 북경에서 다시 무장독립투쟁을 하기 위해 신채호 선생, 김창숙 선생 등 전부 합쳐서 의열단을 만들고 조선혁명선언을 해서 다시 무장투쟁을 전개하자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그러느라 자금이 다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둘째인 이석영 할아버지 재산으로 사실은 땅을 다 팔고 갔었는데, 그 양반은 혈혈단신으로 상해로 나중에 몰려서 피난을 갈 수밖에 없었다"며 "열 손가락에 꼽힐 수 있을 만큼 부자였지만 독립자금 대느라 말년에는 상해에 있는 아주 허름한 다락방에서 굶어 돌아가셨다"고 밝혔습니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한 이종찬 광복회장 / 사진 = MBN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동창이었고, 며느리는 질병관리청장이다. 이 회장께선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장도 하고 과거 민주당에서 활동했지 않느냐. 정치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해서 현재의 정치판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진행자의 말에는 "조금 안타깝다"고 답했습니다.

이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모셨을 때 정상적인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느끼고 배웠다. 정치라는 건 결국은 타협"이라며 "다르다는 건 당연한 것이다. 다르기 때문에 여와 야가 갈려서 서로 토론도 하고 타협도 하는 건데 지금은 타협의 정치가 메마르고 '너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적대적인 정치만 남았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저는 타협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21대 국회가 실패한 국회라고 생각한다"며 "법을 양산해 놓으면 대통령은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다. 이거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면 대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지금은 모든 것이 법적으로 재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들어갔다. 정치가 법에 의해 지배되면 안 된다"라면서 "정치 다운 정치에서 다시 시작하면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광복회 이종찬 신임 회장과 회원들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이재명 대표와 공식 회동이 없는 것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바로 대화하자고 했는데, 사법리스크가 없으니까 바로 대화하자고 한 것 같다"며 "그러니까 이건 야당을 기피하는 게 아니라 이재명 대표를 기피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과 관련해선 "한국과 일본이 계속 견원지간으로 남으면 동북아 평화가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동북아의 집을 짓는 데 같이 가자는 뜻에서 베팅한 것으로 읽었다"며 "굉장히 모험이지만 정치인은 그런 모험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컵의 반을 채웠다. 그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워야 할텐데, 기시다 총리는 개인적으로는 참 가슴 아프다고 얘기하면서도 국가의 대표로서의 발언은 자꾸 기피하고 있다"며 "일본의 우익 소리가 크기 때문에 그걸 조심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닌가, 너무 인기에 영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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