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롯데를 깨운 ‘부산 갈매기’...저작권자 신동훈 “팬들에게 돌려줘 시원합니다"
입력 2023-06-02 11:09  | 수정 2023-06-02 13:30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에서 '부산 갈매기' 떼창 응원에 나선 롯데 팬들.
롯데, '부산 갈매기' 공식 응원가 지정에 성적도 '훨훨'
저작권자 신동훈 "팬들이 부산 갈매기 신화 만든 주인공...받은 사랑 돌려주겠다"
"작사작곡 '빵빵한 내청춘'으로 대한민국 중장년 응원"
부산은 야구로 얘기를 시작해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원망으로 갔다, 다시 롯데에 대한 응원과 기대로 얘기가 끝나는 곳이다.”

부산 시민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고, 연고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얘기입니다.
충청을 연고로 한화 이글스와 함께 매년 하위권에 머물며 팬들의 원성을 샀던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시즌 초반 반짝하다 ‘DTD(다운팀 다운 : 순위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를 매년 시현해 왔지만 올해는 날씨가 더워진 6월 초까지도 상위권에 머물며 롯데 팬들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기세를 탄 롯데 야구에, 롯데 팬들은 이미 가을 야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돌아온 '부산 갈매기'에 롯데 '고공행진'

롯데의 선전에, 롯데 야구를 바꾼 주인공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주인공은 특정 감독이나 선수가 아닌 롯데 팬들의 응원가 ‘부산 갈매기. 롯데 홈구장인 부산 사직 구장은 요새 돌아온 ‘부산 갈매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는 명성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 동안 저작권을 가진 신동훈 작곡가와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직 구장에서 부산 갈매기를 트는 게 불가능했지만, 신동훈 작곡가가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서, 부산 갈매기는 롯데 자이언츠의 공식 응원가가 됐습니다.

신동훈 작곡가는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여주인공이 부른 ‘빗물 ‘난 정말 몰랐네 등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와 사제지간이었던 김중순 작곡가가 공동 작업했던 공로를 인정해 신 씨에게 저작권을 모두 남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신 씨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지리한 저작권 지급 협상 끝에, 어떤 다른 조건 없이 ‘부산 갈매기 사용을 허락했습니다. 롯데 구단과 불편한 관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부산 갈매기를 열망하는 롯데 팬들의 요구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 배선유 롯데 자이언츠 매니저를 비롯해 조지훈 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장이 직접 나서 신 씨를 설득했습니다.

저작권자 신동훈 "롯데 팬들 염원 외면 할 수 없었다"

이대호 선수 은퇴식에 부산 갈매기를 틀고, 팬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어요. 저작권이고 뭐고, 팬들 생각하면 이건 해줘야겠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조지훈 응원단장이 또 찾아왔더군요. 부산 갈매기가 없으니, 응원할 힘이 안 난다고요. 팬들도 그렇고. 그래서 저작권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먹고 살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웃음)”

그렇게 사직 구장을 떠났던 ‘부산 갈매기는 다시 사직을 찾아오게 됐습니다. 지난 4월 7일, 롯데의 부산 사직구장 홈 개막전에서는 공식응원가로 지정하는 행사도 열렸습니다. ‘부산 갈매기가 롯데의 공식 응원가로 지정되면서, 사직은 이제 다시 부산 갈매기를 외치는 함성으로 뒤덮이게 됐습니다.
지난 4월 7일 롯데 사직 홈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부산 갈매기'는 롯데 자이언츠의 공식 응원가로 지정됐습니다.

‘부산 갈매기는 1982년, 가수 문성재가 노래를 불러 가요톱텐 최고 3위까지 올랐던 유행가입니다. 그러다, 1990년대 초부터 롯데 자이언츠 팬이 ‘부산과 ‘갈매기에 꽂혀 육성으로 자연스레 응원가를 부르게 됐고, 자연스레 롯데 최고의 응원가가 됐습니다.

사실, 가수 문성재 씨는 제주 출신으로 부산과는 별 인연이 없어요. 함께 작곡했던 김중순 형이나 저 역시 부산 출신은 아닌데, 대전 행사를 갔다 올라오는 길에 지인의 요청을 받고 만든 곡이예요. 거칠고 투박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부산 사나이를 모델로 곡을 썼죠.”

작곡에 앞서 1971년 직접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던 신 씨는, 가수로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겨울로 간 여자 등을 취입했지만 팬들의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제지간으로, 형제처럼 지냈던 김중순 작곡가를 만나 여러 곡을 공동 작업하면서 가요계를 지켜왔습니다.

'빵빵한 내청춘'으로 대한민국 중장년 위로

신씨는 최근, 자신이 작사 작곡한 ‘빵빵한 내청춘을 가수 이조아씨와 공동 작업해 새로운 음반을 냈습니다. ‘빵빵한 내청춘은 이미 유명 가수인 진성씨가 몇 차례 행사장에서 불러 유튜브 등을 통해 인기몰이에 성공한 곡입니다. 이번에는 여자 가수인 이조아씨가 정식으로 음반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신동훈 작곡가는 최근 가수 이조아씨와 함께 자신이 작사, 작곡한 '빵빵한 내청춘'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습니다. 사진 왼쪽이 작곡가 신동훈, 오른쪽이 가수 이조아.

부산 갈매기를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돌려주고 마음이 참 편안해졌어요. 생각해보면, 롯데 팬들이 아직도 부산 갈매기를 살아 숨 쉬게 한 주인공들이죠. 사직 구장에 부산 갈매기가 다시 울려퍼지게 되니 롯데도 힘을 낸다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빵빵한 내청춘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많은 분들에게 다시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요. 아직도 청춘인 이 땅의 중장년들 파이팅입니다.”



[ 정광재 기자 indianpa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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