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호복 화투' 이수련 간호사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것"
입력 2023-05-31 10:23  | 수정 2023-05-31 10:38
사진=대한간호협회 제공
'방호복 화투' 이수련 간호사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어"
"간호사 인력 확충 필요" 강조


"환자분이 고령에 치매가 있으셨는데 혼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계시니까 너무 기운이 없어 보이셨다. 어떻게 힘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환자분 짐에서 화투패를 발견했다"

어제(30일) 서울 휘경동 삼육서울병원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수련 간호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창기 2020년, 코로나19에 걸려 격리된 93세 치매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두꺼운 방호복 차림으로 환자와 함께 화투패를 든 한 간호사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그는"혼자서 화투로 짝 맞추기를 하시던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서 환자분과 화투로 그림 맞추기를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이 간호사는 환자의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매트리스를 바닥으로 내리고, 휴대전화로 가족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덕분에 환자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사진이 화제가 되자 2021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허 명)의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용신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용신봉사상은 여성농촌운동가인 최용신 여사의 뜻을 이어 매년 희생과 사랑의 정신으로 지역사회와 여성발전에 힘쓴 모범적인 여성에게 주어집니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나은 의료인이 되기 위해 현재 간호대학원을 다니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 과제를 하면서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통해 이미 변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라며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그는 이번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간호사 인력을 늘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 초기에는 환자랑 접촉하는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사가 다른 직역의 업무까지 맡아서 일을 했었다"라며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간호사들이 많이 소진됐다. 중환자 경험이 없는 간호사가 갑자기 중환자실에 투입돼 현장 혼란도 많았다.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앞으로 목표나 포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거창한 것은 없다"라며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또 뭔가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엔데믹이 완전한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로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싶어 감회가 새롭습니다."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leesjee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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