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흔살 둘리야 철들지 말거라"…고길동 아저씨의 인생편지
입력 2023-05-29 10:39  | 수정 2023-08-27 11:05
'아기공룡 둘리' 탄생 40주년…배급사, '고길동 편지' 공개

"안녕하세요, 고길동입니다. 껄껄껄."

1983년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에 처음 연재됐던 '아기공룡 둘리'가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기공룡 둘리'의 배급사는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최근 만화 속 캐릭터 고길동의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고길동은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회사원으로, 자녀 2명에 조카 희동이를 맡아 키우다 둘리와 친구들을 거둔 인물입니다.

만화 방영 당시 둘리와 친구들을 구박하는 모습 때문에 '악역'으로 비춰졌지만, 최근에는 둘리와 함께 자란 3040세대로부터 '대인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길동의 편지는 당시 시청자들을 '우리 어린이들'로 칭하며 시작합니다.


고길동은 편지에서 "제가 '아기공룡 둘리'에서 동명의 역할 고길동을 연기한지 40년이 됐다고 한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 오랜 시간을 일일이 세지는 않았으나 시간은 공평하게 제 어깨 위에 내려 앉았다"라면서 "그런데 이제 다들 제 역할을 이해한다면서요? 제가 악역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이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라고 웃었습니다.

고길동은 "인생은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 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이라며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혜안을 거부하기에는 값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행여 둘리와 친구들을 나쁘게 보지는 말아 달라, 그 녀석들과 함께 한 시간은 제 인생의 가장 멋진 하이라이트로 남겨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지난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이어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한 마디 남기니 잊이 말아 달라"며 "한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이라고 적었습니다.

끝으로 둘리에게도 한 마디 건넸습니다.

고길동은 "둘리야. 네가 이제 마흔이라니. 철 좀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껄껄. 철들지 말 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건강해라. 그리고 오래오래 모두의 기억 속에 살아가 주렴"이라고 적었습니다.

고길동의 편지를 접한 누리꾼들은 "어느새 길동 아저씨를 이해하는 나이가 됐다", "편지 보고 눈물이 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고길동의 편지는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개봉을 앞두고 공개됐습니다.

이는 1996년 개봉한 둘리 시리즈로, '아기공룡 둘리' 40주년을 맞아 24일 재개봉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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