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아인, 제2의 로다주가 될 수 있을까 [서초동에서]
입력 2023-05-26 20:02  | 수정 2023-05-27 13:52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두개의 마이크를 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4.15
유아인 '마약 혐의' 영장 기각…"코카인 다툼 여지"
수사기관에선 우려 목소리도…검찰총장, 엄중한 대응 강조
30년 만에 마약 늪에서 빠져나와 슈퍼스타가 된 로다주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약 중독을 극복하고 '아이언맨'으로 슈퍼스타가 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로다주는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마약을 접하게 됐고, 무려 30년이 넘게 교도소와 마약 치료센터를 전전하며 마약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프로듀서 수전 러빈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2005년 결혼하는 과정에서 마약을 완전히 끊고 2007년 아이언맨에 캐스팅돼 이후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마약류 투약 혐의받는 유아인…영장은 '기각'

<서초동에서> 연재에 어울리지 않는 할리우드 배우의 얘기로 시작한 건 배우 유아인 때문입니다. 경찰은 최근 유아인에 대해 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등 5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범행 관련 증거가 이미 상당수 확보됐고 피의자가 대마 흡연에 대해 반성하는 점, 코카인 투약의 경우 다툼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3.5.24

통상 마약류를 단순 투약하면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영장 전담 판사를 맡은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단순 투약범인 경우 판결에서 실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속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많다"며 "다만, 대부분 마약사범은 투약에 그치지 않고 배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십중팔구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려하는 검찰…"청소년에 잘못된 인식 심어줄 수도"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검찰 내부에는 법원의 온정적인 판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유아인의 영장 기각은 마약을 투약해도 초범은 구속되지 않고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는 인식을 일반인, 특히 청소년들에게 심어줄까 염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25

이원석 검찰총장은 최근 여러 차례 "마약 범죄자를 일종의 환자로 인식해 온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국 사회의 실정에 맞지 않고, 마약범죄를 근절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엄중한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아인, 아이언맨처럼 돌아오길 바란다"

유아인은 1986년생 36살로 남은 인생이 창창합니다. 지난 3월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마약 중독이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중독됐던 사람이 제대로 치료받은 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돌려줄 수 있는 본보기가 돼 주길, 중독 정신과 전문의로서 응원한다”며 "유아인 씨가 아이언맨처럼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기를 위한 전제조건은 대중이 지은 죄를 반성했고 죗값을 충분히 치렀다고 인정을 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많은 분이 유아인의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좋아했을 텐데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는 등 사건에 임하는 모습에 실망했을 것"이라며 "구속영장 기각이 피의자 엄홍식에게는 다행일 수 있지만, 배우 유아인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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