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처럼 '술병'에도 경고 문구 의무화…아일랜드 세계 최초 도입

아일랜드 보건부 장관, 법령에 서명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 선례 따르길 기대"

흑맥주 브랜드 '기네스'로 유명한 아일랜드가 담뱃갑처럼 술병에 발암 위험 표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국 공영 라디오 NPR 등에 따르면 스티븐 도널리 아일랜드 보건부 장관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주류 용기·포장 겉면에 건강 상 위험 증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부착하도록 규정한 법령에 서명했습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현지 시간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내에서 판매되는 술병 외부에는 주류 섭취에 따른 간 질환과 암 발병 가능성, 임신부에 대한 위험성이 표기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해당 술에 대한 칼로리와 알코올 함량에 대한 정확한 수치 정보도 함께 담깁니다.

도널리 보건부 장관은 "모든 알코올 소비자가 술로 인한 건강 상의 위험과 관련해 명확하고 간결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며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의 선례를 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음주는 폭력과 공공질서 위반, 아동에 대한 폭력, 성폭력 등과 관련이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도입된 이번 규제는 3년 뒤인 2026년 5월부터 시행됩니다.

아일랜드 내에서는 찬반 여론이 엇갈립니다. 아일랜드암협회는 "선구적인 조치를 내놨다"고 환영했지만 아일랜드 주류업계에서는 "객관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광적인 입법"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번 정책 시행을 두고 지난 1월에는 세계 2위 와인 생산국인 이탈리아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음주가 문제가 될 뿐 적당한 음주는 오히려 건강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포도주는 도수가 높은 증류주나 몸에 해로운 담배와 같은 선상에서 규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장관이 직접 "와인이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오명이 붙을 수 있는 어떠한 문구도 용납할 수 없다"며 "아일랜드의 조처는 어떤 과학적 증거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주요 와인 수출국인 프랑스, 스페인 등과 협력해 아일랜드 정부의 경고문 의무화 방침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