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할 수 없는 부모-자식 간의 이별, 잘 준비하고 있나요?
입력 2023-05-09 07:00  | 수정 2023-05-10 15:43
【 앵커멘트 】
가정의 달, 5월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더 많이 생각나는 달이죠.
그런데 부모님을 보내는 과정을 겪은 분들은 대부분 요양시설을 전전하며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삶과는 달리 죽음은 자신의 뜻대로 이루기 어려운 현실, 이혁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3남 3녀 중 넷째인 채승훈 감독은 38년생인 어머니가 지난해 10월 돌아가시기 전까지 12년 동안 곁을 지켰습니다.

요양원에 있을 때는 책을 읽어 드리고, 씻기고, 먹여 드리고.

"엄마."

요양시설에서 인격을 무시당하는 노인의 삶을 알고 채 감독은 우리 사회가 죽음을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 인터뷰 : 채승훈 / 독립영화 감독
- "산 사람을 감옥에 넣는 것, 그게 요양원 생활이다. 얘야, 하시더라고요. 어머니 모시면서 이런 생각 했어요. 죽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죽어가는 과정이다."

집에서 임종을 맞는 노인은 10명 가운데 2명도 채 안 됩니다.


요양시설 입소자는 64만여 명, 보통 10년 정도 병원과 요양시설에 머물다 임종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치매가 오면 죽음은 더 힘든 과정을 거칩니다.

어머니는 맏딸도 못 알아봤고, 코로나19 치료까지 겹쳐 고통 속에 올해 초 돌아가셨습니다.

▶ 인터뷰 : 최영순 /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 "엄마, 혹시 나랑 우리 집에 가서 콧줄도 떼고 산소도 떼고 계시다가 가실까요, 아주 조심스럽게 얘기했고, 엄마를 안으면서 얘기했는데, 그때 놀랐던 게 어머니가 고개를 흔드셨어요."

비극적인 죽음을 피하려고,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거부하는 서약서를 써 미리 죽음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신금랑 씨는 지난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썼습니다.

▶ 인터뷰 : 신금랑 / 76세
- "누워서 세월을 보내는 건 옛날에 내가 생각한 내 품위가 아니잖아. 다른 사람이 힘들게 결정하게 하지 말고, 내가 결정해서 내 뜻대로…."

현행법은 연명의료 거부 시 인공호흡기 제거만 허락합니다.

▶ 인터뷰 : 김소윤 /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
- "영양공급과 수액 중단은 못 하도록 돼 있는데,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상태에서 몇백 일을 더 사시기도 하고, 지금 얘기할 수 있을 때, 난 어떻게 죽고 싶은가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인간의 존엄을 지킬 죽음, 준비가 필요합니다.

▶ 인터뷰 : 고 김한옥
- "마지막에는 사람에게 사랑을 많이 줘, 그러면 죽음도 어렵지 않아."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영상취재: 이권열 기자,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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