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고물가에 놀란 마음, 편의점 도시락으로 달래볼까
입력 2023-04-03 11:27  | 수정 2023-04-03 11:34
(사진 포토파크)
‘편도족’ 사로잡은 갓심비
오늘날 편의점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함께 국내 3대 주요 유통업체로 우뚝 섰다. 그런 가운데 최근 고물가와 인플레이션으로 식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며 저렴하고 맛있는, 편의점 브랜드 간의 도시락 대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성비 도시락, 채식 도시락, 쁘띠 컵밥 등 소비자의 니즈만큼 다양해진 편의점 도시락들.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을 사로잡는 상품은 무엇일까.

고물가에 편의점 도시락이 주목받는다

요즘 뉴스를 살펴보면 고물가와 경기 불황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런치 플레이션이란 단어를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런치 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일컫는다. 끝나지 않는 고물가에 식사 한 끼도 부담스럽다는 학생과 직장인들을 위해 ‘1000원 학식 조식, ‘배달시장 포장 인기 등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 유통 시장에서는 최근 알찬 구성과 합리적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 편의점 간편식이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의 다양한 식품류 구성이, 간단한 한 끼를 먹고자 하는 알뜰 쇼핑족들에게 일종의 ‘가성비 맛집이 된 셈이다.

오늘날 편의점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함께 국내 3대 주요 유통업체로 우뚝 섰다. 그만큼 유통 트렌드 지표에서 편의점은 빼놓을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월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연간, 12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기저효과와 거리 두기 완화에 따른 외부활동이 증가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 편의점은 그중에서도 근거리 쇼핑 추세 및 간편식 수요 증가 등으로 생활용품(17.2%), 즉석식품(12.1%) 등 전 품목에서 매출이 늘며 전체 매출(10.8%)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물가상승에 따라 온·오프라인 모두 간편식 등 수요가 증가했고, 편의점 식품(17.0%) 부문 매출 강세로도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편의점 도시락 상품의 경우 수치상으로 최근 눈에 띄게 상승 곡선이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이 7.7%를 기록한 지난해, 이마트24의 도시락 상품의 경우 매출이 전년(2021년) 대비 28% 증가했으며, 올해 1월부터 2월23일까지의 도시락 매출 역시 지난해 대비 25%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도시락 매출 현황 역시 주목해볼 부분. 상권별로 보면 전년 동기간 대비 오피스 상권 매출(47%)이 가장 많이 늘었으며, 학원가(29%)와 독신주택가(20%) 또한 상승폭이 컸다고 전해진다. 시간대별 매출은 오전 11~13시까지 매출 비중이 22.4%로 하루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물가로 점심값 부담을 느낀 직장인과 학생들이 편의점을 많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짠테크 열풍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근거리 쇼핑 채널로 꼽히는 편의점의 다양한 프로모션 등도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알뜰하고 퀄리티 좋은 가성비 상품군 확대와, 할인 프로모션 등이 고물가 시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치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급속히 악화되며, 전 세계 경제가 현대판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상황에 소비자들은 비용 대비 효용이 뛰어난 것만 골라 합리적인 구매를 하려는 ‘체리슈머가,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고 있다.

국민 엄마 배우 김혜자와, ‘백선생님 요리 연구가 백종원
고물가에 ‘가성비 맛집으로 뛰어들다

배우 김혜자가 참여한 GS25 도시락 상품(사진 GS리테일)

가성비 극대화한 CU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사진 BGF리테일)

최근 편의점 도시락 중에서도 3000~4000원대 가성비 도시락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 대중들에게 익숙한 모델과 협업하며 도시락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GS25의 경우 ‘김혜자 도시락으로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왔던 바. 김혜자 도시락은 GS25가 2010년 첫 출시 이후 2017년 상반기까지 판매된 상품이다. 7년 판매 기간 동안 김혜자 도시락은 총 40여 종의 상품으로 출시, 높은 인기를 구사하며 SNS상에서는 ‘혜자롭다(양이 많고 퀄리티가 좋다는 뜻의 신조어) 등의 유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GS리테일은 1년간 준비해온 ‘혜자로운 집밥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금 ‘혜자 도시락을 선보였다. 해당 도시락의 콘셉트는 ‘집밥. 고물가에 대응한 가성비 상품이자, 집밥의 정성을 담겠다는 목표다.
GS25에 따르면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 출시 효과로 2월15일(첫 출시)부터 2월28일까지 2주간의 도시락 매출은 직전 2주와 비교해 51.2% 상승했다. 특히 배우 김혜자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GS리테일이 진행해 온 아동급식카드 지원에 대한 관심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부문장은 부담이 적은 가격으로 풍성한 먹거리를 원하는 고객들이 혜자 도시락을 떠올리며 재출시를 요청해온 경우가 많았다”며 GS25 도시락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선봉장이었던 만큼, 뉴 버전 혜자 도시락이 뉴트로에 열광하는 MZ세대까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CU의 경우 요리 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편의점 트렌드를 잇겠다는 각오다. CU는 백종원 대표와 함께 2015년부터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하며, 품절 대란을 이끌고 ‘편도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편의점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CU에 따르면, 7년 동안 백종원 간편식품의 상품 수는 총 200여 가지로, 누적 판매량은 3억5000만 개가 넘으며 CU의 식품 매출을 견인 중이다. 이번 CU가 선보인 백종원 도시락 ‘백종원 트리플 간편식 시리즈는 다양한 고기 정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인 상품.
BGF리테일에 따르면, 해당 상품이 인기를 끌자 다른 상품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지난 3월16~21일까지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의 매출은 전월 대비 42.6% 올랐고, 전체 도시락 매출도 같은 기간 29.7%나 늘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CU는 백종원 대표와 협업 상품 출시 범위를 확대하거나, 가성비 도시락 ‘놀라운 가격 덮밥 시리즈 4종(3500~3900원) 등을 출시하며 가성비 높은 다양한 간편식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Editors View ‘내돈내산 직접먹어본 ‘혜자로운, ‘백종원 도시락 체험기

(좌)혜자로운 집밥-오징어불고기 도시락, (우)백종원 도시락-제육한판(사진 이승연 기자)

▲‘혜자로운 집밥-오징어불고기
김혜자 배우의 얼굴이 새겨진 로고에는 ‘오늘도 든든히라는 카피에서 밥을 챙겨주는 엄마의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 가격은 5500원으로, 취재 날짜 기준(3월21일) 신제품 출시 기념 600원 할인이 돼(3월28일까지), 4900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비닐을 벗기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락 구성 역시 푸짐해 보인다. 메인 반찬으로는 오징어볶음과 간장불고기 2종, 부반찬은 3종(햄감자볶음, 참나물무침, 볶음김치)으로 구성돼 있다. 오징어볶음은 알싸한 매콤함이 특징으로, 반찬이 물리는 면 없이 즐길 수 있다. 불고기 역시 잡내 없이 즐길 수 있어 집 반찬 느낌을 준다. 생각보다 놀랐던 점은 밥이다. 식감과 찰기가 적당하고, 흑미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 것처럼 보인다. 기존 편의점 도시락의 밥이나 삼각김밥의 (다소 딱딱했던) 밥을 떠올렸던 사람들이라면 인상적일 부분. 참기름 역시 예상치 못한 한 수였다. 매콤한 볶음류에 곁들여 먹는 것으로 안내돼 있는데, 기호에 따라 계란프라이, 볶음김치와 비벼 ‘옛날 도시락처럼 즐기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집밥처럼 맛있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제육한판
CU에서 새롭게 출시한 백종원 도시락의 대표 메뉴다. 가격은 4500원에서 행사 할인(3월31일까지)으로 취재 날짜 기준(3월22일)으로 3700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여기에 제휴 결제 시 추가 할인돼 더욱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셈이다. 포장 중앙에 백종원 대표의 얼굴과 함께 ‘든든하고 맛있게, 제대로 한판이라는 카피가 쓰여 있다. 도시락은 제육불고기 2종(간장, 고추장)에 감자조림, 호박볶음, 볶음김치, 계란두부부침 4종의 부반찬으로 구성돼 있다. 하얀 쌀밥 위에는 구운 햄 3장을 얹어 총 7종의 반찬 구성이다. 생각보다 고기 종류가 많고, 양도 많다고 느껴졌는데 오히려 평균 식사량을 폭넓게 고려하면 남녀노소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메인 반찬 제육불고기 두 종류는 말 그대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단짠의 맛이 인상깊다. 한편 다양한 채소로 만든 부반찬의 간은 비교적 심심하게 느껴져 물리지 않게 골고루 즐기기 좋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부분은 샌드위치 햄처럼 얇게 구운 햄. 스팸 같이 두툼한 햄이 아니다 보니 밥에 싸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한국인의 평균 입맛에 맞춘 반찬 맛과, 높은 가성비 등이 인상적인 도시락이다.

트렌드에 주목한 편의점 도시락

(위)GS25 대체육 간편식 6종(사진 GS리테일), (아래)CU 채식주의 간편식(사진 BGF리테일)

소식좌를 위한 GS25 쁘띠컵밥(사진 GS리테일)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의 배경은 앞서 이야기한 가격, 퀄리티 등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인 것뿐만 아니라, 편의점의 주요 소비층인 2030세대들을 겨냥한 ‘트렌드에 정조준한 상품 등을 확대한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 비건, 환경, 가치 소비, 지속가능성 소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편의점 업계들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일례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며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는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소포장한 상품으로 장보기 수요를 높였던 바. 그에 더 나아가 최근엔 ‘다양한 식단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식주의 간편식, 소식좌를 위한 상품 등이 있다.

CU의 경우 대체 고기, 대체 해산물, 대체 계란으로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 40여 가지에 이르는 채식 간편식을 선보였다. GS25는 자체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과 함께 100% 식물성 대체육과 비건 인증 면·소스 등을 사용해 한식과 양식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소식가 연예인이 등장한 미디어 콘텐츠 등이 주목받으며, 적은 양의 식사를 즐기는 소식좌를 위한 소용량·소포장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중량과 가격을 반으로 줄인 ‘쁘띠상품, ‘반인분 상품 등은 소용량 소비를 중점으로 하는 이들에겐 식사에 대한 부담감을 줄인 헬스 케어 상품이자,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는 합리적 소비 상품으로 꼽히는 셈이다.

팬덤 마케팅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편의점 도시락 브랜드들은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모델과, 캐릭터 상품들과의 제휴한 상품을 통해 차별력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2030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사랑받는 배우 주현영을 도시락 브랜드의 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효과를 높이고 있는가 하면, CU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ONE PIECE)'와 공식 제휴를 맺고 콜라보 상품들을 선보였다. '원피스'의 주요 캐릭터들의 특성을 연상시키는 식재료와 상품명(루피의 주먹고기 한상 도시락) 등으로 팬층에게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했다.
(위)세븐일레븐 주현영 도시락 상품(사진 세븐일레븐)(매경DB), (아래)CU '원피스' 콜라보 시리즈(사진 BGF리테일)

2030세대의 경우 작고 유연한 소비를 선호한다. 기업 역시 소비자들의 니즈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유연한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편의점은 2030 주요 소비층에게 귀 기울이며, 관심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근거리 쇼핑 플랫폼이다. 이런 이유로 편의점과, 편의점 도시락 역시 메가 트렌드를 살펴보는 새로운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및 자료제공: 포토파크, 산업통산자원부, GS리테일, BGF리테일,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매경DB
참고 및 발췌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3』(김난도 외 저 / 미래의 창 펴냄)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3호(23.4.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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