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Local Mania] ‘힙당동’이 된 신당동
입력 2023-03-27 13:49  | 수정 2023-03-27 13:49
(왼쪽부터)떡복이 집 토보키, 하니칼국수, 카페 피터
재래시장과 공존하는 힙과 핫
서울에서 이른바 ‘로나 ‘길이 붙는 힙하고 핫한 곳의 특징은 나름 소비 배후지가 풍부한 곳이었다. 그러다 2020년대 들어 이 법칙이 깨지기 시작했다. MZ세대들이 발견한 곳은 뜻밖에도 오래된 재래시장 안이다. 그 안에서 MZ세대들은 레트로 감성에 힙한 트렌드의 결합을 찾아냈다.

1980년대 핫한 곳은 단연 명동과 종로였다. 1990년대부터 ‘오렌지족이 활약했던 로데오 거리를 필두로 많은 핫플레이스가 등장했다. 한국 최초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온 2000년대 홍대 전성시대는 그 영역을 넓혀 망원, 상수, 합정, 연남으로 퍼졌고 이후 북촌을 비롯해 익선동, 경리단길이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그러다 MZ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되면서 ‘힙과 핫의 기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로 성수동과 ‘힙지로가 된 을지로의 노포거리다. 이 두 곳은 지금까지의 핫플레이스와는 차별된다. 힙지로는 레트로 감성으로 공업사, 인쇄소에 숨어 있는 독특한 감성의 카페와 레스토랑을, 성수동은 최신 트렌드와 팝업스토어 그리고 강남권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으로 MZ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재래시장에서의 새로움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지금 이들의 관심은 신당동과 서울중앙시장이다. 서울중앙시장의 위치는 매우 재미있다. 신당동에서 시작해 황학동, 동묘, 동대문시장으로 연결된다. 한때 남대문,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이던 중앙시장은 본래 양곡시장이었다. 1960년대는 서울 시민이 소비하는 양곡의 약 70%가 거래되었다. 하지만 1965년 이후 그 명성을 조금씩 잃었고 이후 돼지나 닭의 부산물을 파는 시장이 되었다.
신당동의 강자는 청구역 주변까지 그 세가 뻗어 있는 떡볶이거리. 사람들이 서울 동쪽, 무당들의 신당이 많은 ‘신당동新堂洞을 부러 찾는 이유는 순전히 떡볶이 때문이었다. 그러다 서울중앙시장을 힙한 시장으로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가수 성시경을 비롯한 유튜버들이 서울중앙시장 맛집 방송을 한 것. 이후 서울중앙시장은 MZ세대의 순례 목록에 추가되었다. 서울중앙시장은 중앙길을 중심으로 몇 개의 골목이 있다. 좌측에는 싸전(쌀과 곡식 가게)거리가 명맥을 유지하고 그 옆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있다. 싸전거리 깊숙한 곳에는 2017년 싸전을 개조해 문을 연 베이커리 카페 ‘심세정이 있다. ‘마음을 씻고 편히 머물다 가는 정자라는 뜻의 심세정은 옥호대로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물론 크루아상, 프레츨, 치아비타 등의 빵 굽는 냄새가 휴식을 방해하기도. ‘옥경이네건생선 역시 핫한 곳이다. 꾸덕꾸덕하게 잘 말린 생선을 이용한 조림, 탕, 구이 등의 메뉴가 있는데 특히 시그니처인 갑오징어 구이는 별미다. 점집 콘셉트로 꾸민 ‘주신당도 재미있는 곳이다. 안에 들어서면 부적과 금줄도 걸려있어 잠시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한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십이지신에 맞춰 12가지로 준비된 칵테일이다.
금돼지식당, 몽탄, 뜨락은 서울 시내 맛집으로 ‘오픈런을 불러일으킨 곳이다. 레트로 분위기의 ‘하니칼국수는 명태 알집, 이리, 곤이 들어간 알곤이칼국수가 인기다. ‘문화식당이 자리한 1939년도에 지어진 건물 3층은 공간디자이너 장석준이 만들어 중앙시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크림 오므라이스와 차돌박이 파스타에 채소를 곁들이는 문화식당 삼합이다. 청담동 정식당과 하얏트호텔 출신 셰프들이 의기투합한 와인 바 ‘파운더리, 레트로 분위기의 일식 선술집 ‘오케이땡큐, 피자 맛집 ‘미드나잇트윈즈, 오래된 다방에 문을 열고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저드샵, 와인바 ‘언더오챠드 등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 바 등이 있다.


[글과 사진 장진혁(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2호(23.3.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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