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몰고 지인 향해 돌진했지만 '무죄'...'이 흔적' 때문

법원 "도로에 급제동 흔적 있어 고의성 인정 어려워"

지인과 말다툼을 한 후 화물차로 들이받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사고 직전 브레이크를 밟은 사실이 인정돼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A(6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9월 22일 오후 6시쯤, 인천시 서구 한 인도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B(55)씨를 1톤 트럭으로 들이받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B씨는 당시 시속 18.5㎞로 돌진한 트럭에 치여 인도 옆 화단에 쓰러졌고, 골반이 부러지는 등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고 전 함께 트럭에 타고 있다가 주유비 결제 문제로 말다툼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B씨는 혼자 차량에서 내려 인도를 걸었습니다.

검찰은 "말다툼으로 화가 난 A씨가 트럭을 몰고 B씨를 쫓아간 뒤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 돌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트럭을 몰다가 (인도에 있는) B씨를 발견한 순간 화가 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B씨 앞에 차량을 멈출 생각이었는데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사고 직전 트럭 후미등이 켜졌고 도로에 급제동 흔적(스키드 마크)도 있었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검찰은 사고 당시 A씨 트럭 배기통에서 발생한 매연을 차량 급가속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법원은 급제동할 때도 이 현상이 생긴다는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의 의견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화가 났다는 피고인 진술 등을 보면 B씨를 충격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스키드 마크 등 급제동의 증거는 살해의 고의성을 인정하는 데 커다란 장애 사유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말다툼으로) B씨가 차량에서 내린 후 피고인은 조수석 문을 직접 닫았고 주유소 직원에게 주유비가 제대로 결제됐는지 확인도 했다”며 이런 모습은 잠시 후 누군가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차량으로 추격하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