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Health Recipe] 혼밥의 함정
입력 2023-03-24 12:00  | 수정 2023-03-24 12:08
(사진 언스플래시)
밥 동무를 만들자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시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까지 더해 혼밥러가 늘고 있다. 느긋이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혼밥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혼밥이 너무 잦다면 때때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일도 필요하다.

주변 혼밥러들은 혼밥이 편하기는 해도 너무 ‘대충 먹는 점은 걱정스럽다고 한다. 특히 중년에 접어들어 몸의 이상 신호를 하나둘 감지하면서 잘 먹는 게 중요하다고 절감하지만, 오래된 혼밥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실제로 혼밥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영양 부족과 불균형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세끼 모두 혼밥할 경우 12~18세는 38.8%, 19~29세는 19.5%, 65세 이상에서는 13.6%가 영양 부족 상태를 보였다. 그들의 식단에는 칼슘, 철, 비타민A 등 필수 영양소가 일일 권장량의 75% 미만에 그쳤다. 영양 불균형도 못지않다.
많은 혼밥러가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이렇게 하면 단백질과 칼슘 섭취는 부족하고 탄수화물과 나트륨은 과잉 섭취하기 쉽다. 그 결과 각종 성인병과 만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일례로 혼밥하는 여성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대사증후군 위험이 1.5배 높게 나타났고, 남성 혼밥러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해 동맥경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여럿이 함께 식사하는 동안 이뤄지는 소통 장면을 떠올려 보면 혼밥러의 우울증과 자살 위험이 높다는 발표는 그리 놀랍지 않다. 혼밥러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은 42%, 극단적 선택을 고려할 가능성은 49%가 높았다. 특히 남성 혼밥러는 수면 부족 위험이 1.3배, 우울한 기분에 빠질 가능성이 1.9배, 자살 생각 가능성 2.2배 높았고, 여성 혼밥러 역시 각각의 증상에서 1.4배, 1.5배, 1.6배가 높았다. 혼자 식사하는 노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노인보다 자살 생각 위험이 33%까지 높았다. 하루 한 끼만 가족과 함께 식사해도 노인 우울증 위험도는 20%가 떨어졌다. 한편 운동에 소홀한 혼밥러가 꾸준히 운동하는 혼밥러보다 우울증 위험이 더 높기도 했다.
혼밥은 관절과 척추 건강도 위협한다. 식당의 혼밥러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식사한다. 고개를 숙인 자세는 거북목증후군을 유발하고 심하면 목디스크로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집에서는 거실의 좌식 테이블에 음식을 차려놓고 양반다리로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혼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고관절 주변 인대와 근육의 긴장을 불러와 신경통과 관절염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혼밥에는 여러 함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혼밥이 불가피하다면 건강을 위해 몇 가지는 유의하자. 메뉴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류보다는 밥류를 택해야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고, 밥을 먹을 때도 탕류보다는 다양한 반찬이 차려진 백반으로 영양을 고루 섭취한다. 또 식사 시간만큼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바닥보다는 식탁에 앉아 천천히 식사를 마치면 좋다.
혼밥 횟수를 줄이기 위해 동반 식사 이벤트를 가져 보는 것도 추천한다. 필자 주변에는 혼밥러가 제법 많다. 각자의 이유로 오랜 동안 혼밥을 해왔고 나름 혼밥을 즐기기도 했지만 얼마 전부터 ‘만찬데이를 만들어 함께 식사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혼자서는 챙겨 먹기 힘든 메뉴들로 식탁을 채우고 부족했던 영양소를 보충한다. 사실 이날 잘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근황 토크다.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하고 알짜배기 생활 정보도 공유한다. 지난 모임에서는 1인 가구들끼리 위기 상황에 대비해 비상 연락망을 만들어 공유했다고 한다. 함께하는 식사가 단지 몸 건강을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2호(23.3.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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