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ook] 신간 소개 『부의 빅 히스토리』 外
입력 2023-03-24 11:55  | 수정 2023-03-24 12:07
마크 코야마·재러드 루빈 지음 / 유강은 옮김 / 윌북 펴냄
세상은 어떻게 부유해지는가. 이 책의 원제는 사회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두 저자는 부의 기원에 관한 단 하나의 명쾌한 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부터 내린다.

경제성장의 비결은 지리도 자원도 아닌 정치 『부의 빅 히스토리』


인류의 역사는 빈곤의 굴레를 타파하고 부를 쌓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촉망받는 미국 경제학자 마크 코야마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재러드 루빈 채프먼대 경제학과 교수가 애덤 스미스, 재러드 다이아몬드, 장하준 등 다양한 연구자들의 이론을 통해 경제학의 궁극적인 물음인 부의 탄생설화를 집대성한 책이 나왔다.

경제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 등 사회과학자들은 주로 지리, 제도, 문화, 인구 변동, 식민주의 등 ‘부의 기원이 된 하나의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며, 다른 논증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의 절반가량은 ‘하나의 원인설을 논파하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석탄 매장량은 영국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종교는 중동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험한 환경은 농사 짓기와 교역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했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그 환경이 노예무역의 영향을 줄이고 소득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지리는 더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리는 물론 주요한 요인이며 특히 가난한 나라에게는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중세 시대까지 가장 착취당했던 지역은 천연자원이 두둑한 곳이었기에 식민지배에 신음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도시화 비율은 과거에는 소득과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현대에는 양의 상관관계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번영의 요인은 결코 하나가 아니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살필 때만 완전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여러 연구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며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가려낸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에 초점을 맞춰 북서부유럽의 경쟁력을 분석한 저자들은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정치 제도가 경제성장을 부추기거나 약화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배제한 채 장기적 경제성장에 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극적인 실증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의 10장에서는 한강의 기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한국을 비롯한 고도성장 국가들에게는 문화 규범, 시장 접근성, 지리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짚어준다.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규칙인 정치 제도다.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분화된 정치 제도는 경제사에서 유래 없는 성장의 극적인 양극화를 만들어냈다. 문화는 또한 제도와 상호작용하며 성장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문화는 결혼과 출생률도 좌우한다. 교육을 중시한 개신교와 유럽의 개인주의, 중국의 친족 기반 문화는 각각 시대에 따라 경제 선도국이 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이 책은 번영하는 세계의 미래에 관해서도 낙관적이다. 경제성장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또한 해결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을 이룰 때 삼림 파괴에 맞서 싸우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 복원에 힘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더 부유해져야 하는 이유다.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탐구하다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펴냄

말레이 사람들은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생명의 중심인 쌀로 축하한다. 가톨릭과 성공회에서는 빵과 포도주의 성찬을 나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멋진 접시와 잔으로 식탁을 장식하고, 식사에는 파티와 음악, 공연, 바비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연회가 따른다.

미각은 친밀함의 감각이다. 멀리 있는 것은 맛볼 수 없다. 그리고 사람들의 미각은 지문처럼 천차만별이다. ‘자연의 언어를 문학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가로 불리며 『주키퍼스 와이프』 등을 펴낸 작가 다이앤 애커먼의 대표작이 재출간됐다. 예술과 철학, 인류학과 과학을 넘나들면서 여섯 가지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탐구하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르며 역사적으로 얼마나 유사한지를 살펴본다.

작가는 감각과 관련된 관습과 행동양식 및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생명체의 다양한 면면과 궁극적으로는 인간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조세핀 왕비의 트레이드마크인 제비꽃 향, 결혼 전 머리카락을 자르는 유대인 여자들, 프렌치 키스의 유래, 섹스와 음식의 관계, 18세기 영국의 사디즘적인 요리법, 고통의 화학작용, 지구가 들려주는 무한한 자연의 멜로디까지 저자는 인간을 둘러싼 감각 세계의 모든 것을 다룬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2호(23.3.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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