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 1천여점은 밀거래·약탈 연루"
입력 2023-03-23 18:00  | 수정 2023-03-23 18:06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경/사진=연합뉴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보고서 "유래 기록된 소장품 절반 안 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메트)의 소장품 가운데 1천점 이상이 밀거래·약탈과 연루돼 있다고 오늘(23일) 미국 CNN 방송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ICIJ는 보고서에서 이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최소 1천109점이 약탈 또는 밀거래 혐의로 기소됐거나 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소유였다고 밝혔습니다.

CNN에 따르면, ICIJ는 비영리재단인 '파이낸스 언카버드'와 함께 메트의 소장품 목록을 검토해 밀거래 관련 물품을 찾아냈으며, 보고서가 나온 뒤 박물관 측은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메트 소장품 가운데 원래 만들어진 나라 밖으로 나오게 된 내력이 자세히 기록된 물품은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약탈이 심했던 네팔과 카슈미르와 연관된 유물 250여 점 중에서 이들 국가에서 어떻게 반출됐는지 관련 기록이 있는 것은 고작 3점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소장품 가운데 수십 점은 미국의 미술품 중개상 로버트 E. 헥트가 소장하던 것이었습니다.

메트 측은 1950년대부터 헥트로부터 세계 각지 예술품을 사들였으며, 1959년과 1961년에 그가 밀수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에 기소된 뒤에도 거래를 계속했습니다.

헥트는 2012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미술품 불법 거래 혐의를 부인했고, 그의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흐지부지됐습니다.

메트의 또 다른 소장품 800여 점은 헥트의 사업 파트너로 1997년 이탈리아에서 헥트와 함께 기소됐던 인물인 조너선 로즌의 소유였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박물관은 2008년 로즌을 통해 들여온 소장품들이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반환하기로 했고, 2013년에는 코넬대학도 로즌이 기증한 약 1만개의 고대 이라크 명판을 반환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유물 약탈과 밀거래를 감시하는 '앤티쿼티스 코울리션'의 테스 데이비스 사무국장은 "메트는 세계 박물관들의 기준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이 박물관이 밀거래 의심 물품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예술품 밀거래를 막을 희망이 사라진다"고 밝혔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