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실확인] '이인규 회고록' 파장…수사 통해 진실 가려질 수 있나
입력 2023-03-21 16:44  | 수정 2023-03-21 17:14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사진 = 조갑제닷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에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회장에게 2억 원 상당의 고급 시계를 받은 사실과, 청와대에서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아들 노건호 씨의 미국 주택 구입을 위해 100만 달러를 전달한 것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적었습니다.

건호 씨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500만 달러가 전달된 것 역시 뇌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이 전 부장은 MBN과의 통화에서 5년 동안 집필을 준비했고, 당시 수사기록을 메모해둔 것을 기반으로 자세한 내용들을 적을 수 있었다”며 수사 책임자로 충분히 기소할 만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노무현재단·유시민 즉각 반발 "일방적 주장일 뿐"

노무현재단은 즉각 반발에 나섰습니다.

재단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 전 부장은 당시 밀실에서 조사한 검증되지 않은 조서를 기반으로 책을 썼다”며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 사진 = 연합뉴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 20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책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다툴만한 가치가 없다”며 검사왕국이 된 지금 이 전 부장은 역사의 흐름에 동참할 때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명예훼손 고소·고발 있다면 수사도 가능

통상 검찰 수사기록은 일정 기간 보관했다 폐기하는데, 노 전 대통령의 수사기록은 영구보존 기록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사건이 접수되고 수사가 시작되면 불가피하게 이 기록들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면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가려야 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수사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는 범죄의 피해 당사자나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가능합니다.

현재까지 노 전 대통령의 유족 등은 고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책에 함께 언급된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누군가의 고소나 고발이 있으면 수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의 경우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명예훼손 사건은 경찰이 수사

유시민 전 이사장은 유투브에서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윤석열·한동훈 검찰에 사건을 줘야 하기 때문에 고소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여파로 검찰의 명예훼손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사라져,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 / 사진 = 연합뉴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수사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진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벌을 원한다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영구보존된 기록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 책 내용의 사실관계와 이것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가 가려지게 될 전망입니다.

실제 고소나 고발이 이뤄져 법정에서 회고록의 진위 여부도 가려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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