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OOK] 신간 소개 『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 外
입력 2023-03-17 10:04  | 수정 2023-03-17 10:17
오쿠 신야 지음 /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120세 시대에도 존엄한 죽음은 가능할까
『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

모든 개개인의 죽음 또한 소중한 삶의 한 단락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죽음을 디자인하라는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웰다잉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하는 책이다.

당신은 진정 몇 살까지 살고 싶습니까?”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도래한 초고령화 사회, 인간에게 주어진 기나긴 시간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이제 인간은 쉽사리 죽지 못하고, 삶과 죽음의 가치관은 뒤바뀌고 있다. 일본의 의학자인 오쿠 신야는 ‘미래의료학의 관점으로 현대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진단한다. 완성형에 가까워진 의학의 힘을 빌려 인간이 평균 120세까지 살 수 있는, 죽음이 사어(死語)가 될 날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이들이 유병장수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가게 될 시대를 앞두고, 삶과 죽음의 양상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은 이들이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유의미한 질문들을 담았다.

초장수 시대의 죽음은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노년 생활의 양이 아닌 질을 고민해야 하며, 마침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 다가올 때까지 ‘병들었지만 죽음에 이르진 않는 시간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충실히 꾸려나가야 한다.
이 책은 경제적인 비축분이 있다면 훨씬 자유롭게 삶을 디자인하고, 죽음을 ‘행복한 한 단락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 120년 시대는 즐거운 시간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죽음을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저자는 여러 질문을 던진다. 몇 살까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을까? 그 시점에서 가족 구성원은? 혹은 가족이 없다고 가정하는가? 자산을 어떻게 쌓고 쓸 것인가? 어떤 형태의 죽음을 어떻게 인생에 도입하겠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는 노년기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이다.


저자는 연장된 노후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비롯해 뇌사, 고독사, 안락사 등 스무 가지 현실적인 키워드를 던지며 격변하는 생과 사의 관계를 고찰한다. 예를 들어 안락사에는 ‘죽음의 폭력이라는 문제가 따라온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나 고령자, 치매 환자가 본인의 의사와는 반대로 주변의 압력 때문에 강제로 안락사를 당할 위험성이 없다고 하긴 어렵다. 저자는 의사로서 살아온 나는 그런 사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락사를 법제화한 외국 여러 나라들도 안락사가 합법이 되면서 장애 등이 있는 약자가 가족이나 사회의 부담으로 치부되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안락사 당할 가능성이 늘어나는 문제를 염려한다”라고 꼬집어 말한다.
또한 저자는 모든 개개인의 죽음 또한 소중한 삶의 한 단락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죽음을 디자인하라는 묵직한 메시지와 함께 웰다잉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한다.

이 소설은 게임처럼 결말이 바뀐다 『N』

미치오 슈스케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펴냄

소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치 게임처럼 비선형 서사를 선택한 소설이 등장했다. 『달과 게』로 2011년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의 인기 소설가 미치오 슈스케의 『N』이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지만, 1장부터 6장까지 독자가 마음대로 읽는 순서를 선택해도 이야기는 진행된다. 1장에서 시작해 6장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아예 거꾸로 읽어나가도 된다. 한 편의 소설이 산술적으로는 720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슬픈 엔딩이 될 수도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는 ‘체험형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각 장에는 ‘마법의 코를 가진 개와 함께 제자의 뒤를 추적하는 교사, 야구 연습 중에 들은 저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투수, 영어회화를 전혀 못 하는 영어교사, 정체불명의 침입자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회사원, 임종 환자를 돌보며 기적을 경험한 남자 간호사, 펫 탐정을 미행하는 형사가 등장하여 독립된 미스터리가 전개되지만, 각 이야기는 서로 연결성을 갖는다. 작가는 독자들이 ‘습관적으로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을 것임을 감안하여 장과 장의 물리적 연결을 끊기 위해 이야기를 한 개씩 상하 거꾸로 인쇄하는 형식을 출판사에 제안했다.

이 책의 1장, 3장, 5장은 뒤집어져 있다. 소설 제목조차도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처럼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N이다. 작가는 N의 수만큼 인생이, 아울러 그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야 히로코 아사히신문 도서평론가는 소설의 상식을 뛰어넘는 작품이 등장했다. 어느 순서로 읽었는지 토론하고 싶어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신문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1호(23.3.21) 기사입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