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 10대인데? 백만원 내놔"…술·담배 구매 뒤 협박하는 미성년자들
입력 2023-03-16 15:33  | 수정 2023-03-16 15:54
지난 4일 광주 북구 오치동 한 식당에 손님으로 위장한 10대 여성 2명이 술과 음식을 시켜 먹고 있는 모습/ 사진 = 매일경제
갈수록 대담해지는 10대들…무전취식·협박 수법 심각
현행법 "업주 과실 여부 상관없이 처벌, 미성년자 형사처분 가능성↓" 악용

일부 10대들이 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이를 빌미로 업무를 협박하고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15일 유통업계는 광주시 북구 오치동 한 유명 식당을 운영하는 A씨(60대)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4일 오후 6시 40분쯤 가게를 찾은 여성 손님 2명이 삼겹살 2인분과 소주 1병을 주문했습니다. 2시간이 지나 술과 음식을 다 먹어갈 때쯤 이들은 돌변했습니다.

이들은 A씨에게 구청에 신고하면 영업정지 당한다. 신고 안할 테니 우리 각자에게 100만원씩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A씨는 이들에게 이러면 안된다”고 호소했지만, 이들은 끝까지 협박과 금품 요구를 지속했습니다. 결국 A씨는 10대 여학생 2명을 사기(무전취식) 및 협박 등의 혐의로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해당 학생들은 현재 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음식값 3만5000원은 고사하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었지만, 억울함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한편 10대들의 무전취식 수법이 갈수록 대담하고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한 업주들은 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영업정지와 함께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문제는 10대 사이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광주 5개 자치구가 분석한 최근 3년 동안(2020~2022년 기준) 식당 등 대상 청소년 주류판매 위반 행위 현황 자료를 보면 이 기간 총 374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이 가운데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314건에 달했습니다. 10건 중 8건 이상이 행정처분 대상이 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업주들은 직원들에게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녹음 하라고 조언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요식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단돈 몇푼 벌려고 행정처분의 위험성을 떠안고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파는 업주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신분증 위조, 합석 등 사실상 통제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고의로 업주를 속여 술판매를 유도하고 협박까지 하는 10대들에게는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광주 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하니 주민등록증이 없다며 누가 봐도 화면을 캡처한 것 같은 휴대전화 화면으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미성년자가 직원을 속여서 술이나 담배를 사가면 결국 업주만 영업정지 당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광주시에 따르면 2022년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는 등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식품접객업소(일반음식점·유흥주점·단란주점)는 총 75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대로 미성년자가 술이나 담배를 팔았다는 명목으로 업주를 협박할 경우 징역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종률 변호사는 "청소년이 술이나 담배를 구매한 뒤 업주 등을 협박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거될 수 있다"며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는 청소년보호법 위반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형사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악용한 범행이 늘어나는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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