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대치동 아파트 경비원 극단선택…"직장 내 갑질 힘들어"
입력 2023-03-15 14:34  | 수정 2023-03-15 14:43
서울 수서경찰서/ 사진 = 연합뉴스
경비사무실 인근 바닥에 쓰러져 발견…40분 전 동료에게 유서
"해당 관리자, 평소 자주 소리치고 복명복창하라 모욕"

지난 14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70대 박모 씨가 단지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그는 단지 내 경비사무실 인근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습니다.

수사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발견되기 40분 전쯤 유서를 자필로 작성한 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동료에게 전송했습니다.

이어 나를 죽음으로 끌고가는 관리자는 내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책임져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유서엔 관리책임자의 직장 내 갑질 때문에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동료에 따르면 해당 관리자는 평소 직원들에게 자주 소리치거나 ‘지시하면 복명복창하라는 등 인격적인 모욕을 줬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료 경비원들은 박씨가 숨진 뒤 아파트 관리 책임자의 부당한 처우와 갑질 등을 알리는 내용의 전단을 붙였습니다.

이 아파트의 경비반장이었던 박씨는 지난 8일 아파트 관리소장의 지시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오늘 아침 10여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해 온 박씨가 부당한 인사 조처와 인격적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다"며 "법의 보호와 인격을 보장받는 자랑스러운 일터가 되게 해주시길 호소한다"고 썼습니다.

경찰은 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폐쇄회로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유서에서 지목된 관리자는 JTBC 인터뷰에서 (자신은) 박씨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적이 없다”며 강등이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인사조치를 한 것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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