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핵심클릭] 아파트인데 왜…토지거래 허가를 받죠?
입력 2023-03-12 11:00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2023.3.9. 자료:연합뉴스

아파트 등 부동산을 매수할 때는 거래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안에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만 하면 됩니다. 계약을 유무효를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토지거래허가 제도입니다.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역의 시장이나 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땅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로, 거래 당사자는 토지의 이용 목적과 규모·가격 등을 명시해 관할 시·군에 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시·군은 이를 심사해 25일 안에 허가 여부를 통보합니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한 뒤 적발되면 계약은 무효가 되고, 허가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등기 이전이 안 됩니다. 땅 투기 억제를 위해 지난 1979년 도입됐는데, 동일 시도 안에서는 시도 지사가 지정하고, 지가가 급격히 상승할 우려가 있거나 2개 이상 시도에 걸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합니다.

서울에선 전체 면적의 9.2% 정도인 55.9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데, MICE 개발과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 호재를 낀 강남구 삼성·청담·대치·압구정동과 송파구 잠실동,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양천구 목동 등이 대표 지역입니다. 땅 면적이 주거지역에선 6㎡, 상업지역에선 15㎡를 초과하는 거래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받은 목적대로 실제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 단독주택은 물론 아파트 등 공동주택까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모두 토지에 건축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소유자들이 각자의 대지지분 아래 공동으로 아파트(단지)를 지은 토지를 소유하는 형태입니다. 이 대지지분이 바로 토지인 것이죠. 통상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대지지분이 30㎡ 내외인 만큼 허가지역 안에 있는 공동주택은 거의 모두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직접 거주해야 합니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한 겁니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이다보니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논란에 헌법재판소에도 수차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투기적 거래 등 예외적 경우에만 거래를 제한해 헌법의 기본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3종 세트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담·삼성·대치·잠실·압구정동은 서울시가 지정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고,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조정대상지역이자 투기과열지구이기도 합니다. 또 기획재정부가 지정하는 투기지역입니다. 규제지역이 무려 네 개나 되는데 대출이나 세금 얼마나 복잡할까요? 한순간 실수하면 거래 사고일 건데, 해당 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중개사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물론 집값 안정시켜야 하고 투기수요 잡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제도를 운영해야 할까요? 갈아타기 하고 싶어도 여러 사정으로 당장은 실거주 못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 "무조건 매수하면 거주해라"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시장에선 급급매가 팔린 뒤 거래가 다시 끊겼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벌써 양도소득세 등 올해 세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4월과 6월, 주요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만료되는데, 서울시는 이번에도 또 연장할까요? 선택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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