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키스탄 첫 트랜스젠더 앵커, 괴한 총격에 피습
입력 2023-03-04 14:46  | 수정 2023-03-04 14:52
파키스탄 첫 트랜스젠더 앵커 마르비아 말리크. /사진=연합뉴스
말리크, 지병 치료 위해 병원 찾았다 봉변 당해...큰 부상은 없어
총격 원인은 성 소수자에 대한 비난 여론

파키스탄 최초 트랜스젠더 앵커로 공개 행보를 이어온 마르비아 말리크가 무장 괴한에게 총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매체 코헤누르와 인도 매체 NDTV 등에 따르면, 말리크는 최근 라호르 지역에 있는 한 약국에 갔다 귀가하던 중 무장 괴한 두 명에게 총격당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성 소수자에 보수적인 파키스탄에서 트랜스젠더 앵커로 활동하는 말리크의 행보는 파격적이었습니다. 무장 괴한의 습격 역시 성 소수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과거 여러 차례 살해 협박 전화와 무장 괴한의 접근 등으로 안전에 위협을 느낀 말리크는 지난달 23일, 지병을 치료하려고 병원을 찾았다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파키스탄에서는 성소수자와 동성 간의 연애, 결혼 등이 여전히 불법으로 취급되는데, 심할 땐 징역형을 받거나 치료를 명분으로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이 처방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8년 파키스탄 정부가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제정됐던 형법 377조에 기반해, 동성 간 결혼을 시도한 이들에게 최고 징역 1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추가 법안을 통과시켰을 정도입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종교적 압박이 심각하다 보니 다수의 성 소수자가 조기에 정규 교육을 포기하거나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리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라면 진한 화장과 무대 의상을 입고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돈을 구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된 편견을 깨고 싶다"며 "우리 사회는 성 소수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며, 어떠한 성차별도 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제3의 성이 아닌 동등한 권리를 부여 받은 평범한 시민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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