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7/김주하의 '그런데'] 챗GPT 열풍' 바라보며…
입력 2023-02-09 19:58  | 수정 2023-02-09 20:02
어떻게 마트가 아빠보다 먼저 딸이 숨기고 있던 임신 사실을 알아챘을까.

지난 2012년 2월 16일 자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사는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대형 쇼핑몰 체인이 한 여고생에게 임신, 출산용품을 광고하는 우편물을 보냈고 아빠는 이게 무슨 짓이냐고 업체에 거칠게 항의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딸의 임신은 사실이었습니다.

대형마트가 임신한 여성들은 제일 먼저 철분제를 사고 태아에게 해롭지 않도록 비누, 샴푸 등 향이 없거나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바꾼다는 걸 빅데이터로 간파해 마케팅에 활용한 겁니다.

10년이 흘러 세상은 이제 빅데이터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가 됐죠.

지난해 12월 한국문학번역원은 2022 한국문학 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을 40대 일본인에게 수여했습니다.

전문 번역가였느냐고요? 아닙니다.


놀랍게도 수상자는 한글을 겨우 익혔을 뿐 읽고 쓰기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기반 번역기를 이용해 인기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번역해 출품했는데 이게 상을 받은 겁니다.

그는 번역기로 '초벌 번역'을 한 뒤 전문 용어를 확인하고 어색한 표현을 고쳤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 작품이었다, 초심자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라고 했다죠.

그런데 인공지능이 학습한 수천억 개의 인터넷 문서가 맞는 정보만을 담고 있을까요? 가짜뉴스를 제공할 가능성 배제할 순 없습니다.

틀린 정보를 학습해서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악성 코드나 유해 콘텐츠 제작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우린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빠른 발걸음에 놀라워하고만 있었죠. 걱정인 건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입니다.

챗GPT를 활용하면 200자 분량의 에세이를 수 초 만에 뚝딱 끝낼 수 있고, 번역상 수상 사례에서 보듯 논문과 독후감 숙제도 사람이 쓴 건지 AI가 쓴 건지 구분이 어려우니 이러다간 AI가 없으면 아무것도 생각조차 못 하는 사람을 키워내게 생겼거든요. 가난한 아이들이 정보에 있어 차별받는 것도 문제고요.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보다 똑똑한 AI. 이 고도의 지적 활동이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건 우리의 '슬픈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AI에 의지하는 게 아닌 이 AI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야 할 텐데 지금도 사회변화에 따라가기 급급한 교육 당국 우리 믿어도 되는 걸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챗GPT 열풍' 바라보며…' 였습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