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어부야, 그물 준비해라"…돌고래와 어민의 협업 사냥, 숨겨진 비밀은?
입력 2023-01-31 16:19  | 수정 2023-01-31 16:58
어부와 돌고래가 협업을 해 숭어 떼를 잡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큰돌고래가 어부 쪽으로 숭어떼 몰아, 무리에서 나온 숭어를 낚아 채

브라질 남동부 라구나강 어귀에서 매년 여름 어부들이 큰돌고래가 몰아주는 숭어 떼를 그물을 던져 잡는다는 것이 알려지며 화제입니다.

이 둘이 최소 140년 이상 어부와 큰돌고래에서 세대를 이어가며 유지한 협업 체계에 대해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해양포유류 연구소' 부교수 모리시오 칸토르 박사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팀이 15년에 걸친 연구 끝에 해답을 발견했습니다.

오리건주립대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첨단장비를 사용해 큰돌고래가 어부 쪽으로 숭어떼를 몰아주고, 어부가 그물을 던질 때 방향을 잃고 무리에서 나온 숭어나 그물 안의 숭어를 쉽게 낚아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꼼꼼한 관찰과 타이밍이 사냥의 핵심으로, 돌고래의 움직임에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투망질이 조금만 이르거나 늦어도 물고기가 걸릴 확률이 급격히 낮아지게 됩니다.


연구자들은 어민들이 숭어를 잡은 4955번의 투망질 중, 86%가 돌고래와 어민이 타이밍을 맞춰 움직였을 때”라고 논문에서 밝혔습니다.

큰돌고래의 신호는 어부에게 경제적 이득이 돼 아버지에서 아들에 걸쳐 전수돼 왔습니다.

어부와 돌고래가 협업을 해 숭어 떼를 잡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연구팀은 수중청음기를 이용해 큰돌고래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내는 반향정위 신호를 측정했고, 어부가 던진 그물이 물에 닿았을 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부가 숭어 떼를 향해 정확히 그물을 던지면 큰돌고래는 방향을 잃은 숭어에게 달려가 그물 안에서 몇 마리를 낚아챘습니다.

어부가 큰돌고래 신호를 놓치거나 숭어 떼를 빗나가면 이런 행동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돌고래는 어민과 안정적으로 협동사냥을 하면서 다른 돌고래 무리보다 이동범위가 훨씬 좁아 불법 그물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었습니다. 연구자들은 협동사냥 돌고래의 생존율이 다른 돌고래 무리보다 13%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예측 모델을 통해 어부와 큰돌고래의 협업 어로 대상이 된 숭어 떼가 줄거나 미래 어부들이 이런 관습에 흥미를 잃게 되면 이러한 관행도 사라질 것이라며 이미 협업 어로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취리히대학의 다미엔 파리네 교수는 "큰돌고래나 어부에서 협업 어로로 이득을 얻지 못한다면, 이런 희귀한 장면은 더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30일자)에 발표됐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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