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7/사회기자M] "이미지 세탁하느냐?" / 2천 원 때문에 주먹질 / 월세 방 어르신의 4천만 원
입력 2023-01-31 16:06  | 수정 2023-01-31 19:51
【 기자 】
사건·사고와 사회이슈에 대해 알아보는 사회기자 M 한범수, 정태웅입니다.


1. 이미지 세탁하느냐?”

[정태웅]
비꼬는 말 같네요. 이미지 세탁하느냐?” 누구한테 한 말이죠?

[한범수]
부산 경찰한테 한 말입니다. 먼저 사진 보시죠.

[정태웅]
백발의 노인 분을 업고 가고 있네요. 경찰관인가 보죠?

[한범수]
맞습니다. 아흔 가까운 치매 할머니가 길을 잃었는데 경찰이 보호자에게 데려다 줬다고 합니다.

[정태웅]
의사소통도 잘 안 됐을 텐데, 경찰관들이 고생 좀 했겠네요.

[한범수]
네, 저 날 경찰은 타박상 치료도 해주고, 이전 신고 내용을 뒤져 거주지도 찾아줬다고 합니다.

[정태웅]
좋은 일 했는데, 이미지 세탁하느냐는 말이 왜 나오나요?

[한범수]
미담 사례를 홍보한 시점이 애매했습니다. 지구대 경찰관들이 70대 할머니를 함부로 대한 사건이 알려질 무렵에 이 게시 글도 올라왔거든요.

[정태웅]
그러고 보니 최근 논란이 된 일이 있었죠. 어떤 일이었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죠.


[한범수]
지난달 14일, 기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추위를 피해 지구대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경찰들이 할머니 팔을 잡고 일으켜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그기도 했고요.

▶ 인터뷰 : 쫓겨난 70대 할머니 / 지난 27일
- "여기 있을 때가 아니니까 가라고 해서 몸 좀 녹이고 가려고 조금만 더 있겠다고 사정했어요. 그랬더니 빨리 가래요."

[정태웅]
그래 놓고서 훈훈한 사진 올리니까 위선적이라고 느꼈나 봐요.

[한범수]
네, 인터넷 댓글로 또 이미지 세탁”, 어이없는 연출 쇼”, 몸 좀 녹이겠다는데 매정하게 쫓아낸 파출소 여기냐?” 등 격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2. 2천 원 때문에 주먹질

[한범수]
얼마나 의미 있는 물건이기에 이 정도로 싸울까요?

[정태웅]
안타깝게도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영상 한 번 볼게요.

- xxx 들어 나와라! 좀. 이거 놔. 이거 놔.

[한범수]
일단 싸움을 말리고 있는 장면인 거 같은데 상당히 과격하네요. 근데 저 거리 한복판에서 뭐를 놓고 싸웠던 건지 아직도 모르겠는데요?

[정태웅]
길거리에 놓인 주인 없는 파지입니다. 광주시 북구에서 있었던 일이고요, 결국 경찰에 구급차까지 출동하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그런데 싸움을 일으킨 그 폐지 값이 2천 원이 채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범수]
사소한 일도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지만 너무하네요.

[정태웅]
네, 파지 값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뚝 떨어졌거든요. 고물상에 물어보니 100원을 훌쩍 넘었던 파지 값이 현재는 50원 정도에 불과하더라고요. 파지 하나하나가 소중해진 이들의 경쟁을 더욱 부추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 고물상 관계자
- "지금 (1kg당) 40원대까지 떨어졌어요. 1년 전부터 하면 160원까지 했었으니까…. 코로나 때문에 수출길이 막히니까 그런 거지 뭐."

[한범수]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기 바쁜 이들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된 현실…씁쓸합니다.


3. 월세 방 어르신의 4천만 원


[한범수]
이번에도 돈 얘기인가 보죠?

[정태웅]
네, 심지어 똑같은 파지 얘기인데, 이번엔 반대로 마음 훈훈해지는 소식을 가져와 봤습니다. 아흔을 앞둔 독거 어르신께서 자신이 파지를 수집하며 모아온 전 재산을 기부한 건데요.

[한범수]
그 돈이 4천만 원이고요?

[정태웅]
네, 직접 찾아뵙고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최동복 / 기부 어르신
- "한 15년 동안 계속 파지(일)를 했어요. 혼자 있으면서 이제 뭐 크게 쓸 데도 없고 좋은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정태웅]
아까 말씀드렸듯이 파지 1kg당 50원 정도 한다고 했을 때 200kg 모으면 1만 원인 거예요.

[한범수]
그 피 같은 돈을 모아서 4천만 원이나…. 금액도 금액이고 생활형편으로 봐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정태웅]
네, 정작 본인은 월세 20만 원의 단칸방에 살고 계셨고요. 건강 문제로 파지 수집 일도 최근에 그만두셨다고 하는데요, 별개로 이전부터 수년간 불우이웃들에게도 매달 30만 원씩 지원해오셨다고 합니다.

▶ 인터뷰 : 최동복 / 기부 어르신
- "보람이 있죠.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도와주고 그렇게 했으니…. 현재는 놀고 있어요. 그냥 편하게 그냥."

[정태웅]
노인회에 기부를 한 건 그동안 적극적으로 기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믿고 맡기셨다고 하네요.

▶ 인터뷰 : 김형두 / 대한노인회 의정부시지회장
- "요즘같이 각박한 세월에 혼자 사시면서 기증보다도 먼저 나 자신을 생각하십시오” 그랬더니 굳이 기증을 하시겠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보람되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한범수]
경기불황에 1원이라도 더 벌고 아끼려는 분위기가 있죠. 한 번쯤 생각해보고 본받아야 할 부분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사회기자M이었습니다.

한범수 기자 [han.beomsoo@mbn.co.kr]
정태웅 기자 [bigbear@mbn.co.kr]

영상취재 :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이수호, 송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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