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처구니없어"...침대 실린 채 은행 방문한 80대 중환자
입력 2023-01-29 13:32  | 수정 2023-01-29 13:49
은행. /사진=연합뉴스
은행 측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만 인출 가능"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80대 노인이 중환자 병실 침대째 실려 와 은행을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족들은 병원비 마련을 위해 그의 예금을 대신 찾으려 했으나, 은행 측은 '예금주 본인이 와야만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한 80대 A 씨의 병원비를 내기 위해 급한 돈이 필요했던 A 씨 가족은 은행 측에 상황을 설명해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긴급한 수술비에 한해 은행이 병원에 직접 이체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거절했습니다.

A 씨 가족은 "당시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콧줄을 단 채 거동도 못 하셨고, 병원 측에서는 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라 외출이 불가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은행 직원은 수술비 이외의 병원비는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와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본인 명의로 돈이 있는데 자식이 돈이 없으면 병원 진료도 못 받는다는 것이냐"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른 사람도 분명 겪을 것이니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A 씨는 은행의 거절로 결국 사설 구급차를 불러 중환자실 침대에 실린 채 은행을 방문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의 경우 예금주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인출해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예금주가 의사능력이 없다는 진단서가 있는 경우 긴급한 수술비 등에 대해서는 병원 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방식으로 예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협조 요청에 따라 마련한 내부 규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삼자가 예금을 수령할 경우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은행 직원이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며 "긴급한 수술비 등의 예외적인 지급은 예금자 보호 차원에서 내부 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3년 예금주 의식불명의 경우 금융회사가 병원비 범위 내에서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첩 처리하는 등 제한적 방식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협조해달라고 금융회사들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예외가 허용되는 대상과 범위, 지급방식과 절차 등은 각 회사가 내부 규정에 따라 자율 운영하고 있어 은행마다 다를 수 있으며, 예금을 맡긴 고객은 이를 따라야만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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