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TOUR LIST] 겨울 철새 탐조여행
입력 2023-01-27 14:11  | 수정 2023-01-27 14:12
고창 동림저수지 가창오리(사진 고창군청)
겨울 진객들의 황홀한 선물
일 년에 딱 한 번 이맘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다. 추운 날씨 덕에 만날 수 있는 자연의 선물, 겨울 철새들이 노니는 풍경이다. 사실 거창하게 탐조여행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드넓은 자연을 무대로 따로 또 같이, 환상적인 자태를 선보이는 수많은 철새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만약 그 광경을 직접 보게 된다면, 평생 잊지 못할 매력적인 겨울여행이 될 것이다.

고창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철원평야의 두루미, 천수만의 기러기와 함께 겨울의 절경을 보여주는 철새는 해마다 전라도에 도래하는 가창오리다. 보통 20만 마리 정도의 규모로 금강하구와 고창 동림저수지, 해남의 영암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그 가운데 고창 신성리에 위치한 동림저수지는 국내의 200여 철새 도래지 중 가장 많은 개체수가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해질녘에 펼쳐지는 가창오리의 군무는 압도적 풍경으로 유명하다. 짧게는 2∼3분, 길게는 20∼30분까지 이어지는데 해가 뜰 무렵에도 또 한 차례 펼쳐진다. 저수지 동쪽 둑방 끝이 최고의 뷰 포인트이자 촬영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천수만 기러기

천수만 기러기떼와 노랑부리저어새(사진 서산시청)

천수만 ‘얕은 바다라는 이름처럼 수심이 얕은 편에 속하는 천수만은 물고기들의 산란장으로 무척 좋은 장소다. 해마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세계적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천수만에는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의 3분의 1가량 되는 300여 종 40여 만 마리의 새들이 머무는데 기러기와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이 주로 찾아오고 올 겨울엔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 약 15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천수만을 거쳐 일본에서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도 2000여 마리나 머물고 있단다. 이 밖에도 흑고니, 재두루미,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종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서식한다는 천수만은 가창오리의 대표적 월동지로 꼽힌다. 겨울 철새를 보러 천수만에 간다면 서산A지구 방조제와 간월도가 적합하다. 그곳에 가면 ‘V자로 편대를 이룬 기러기 떼의 비행 모습과 하늘을 향해 일제히 날아오르는 가창오리 떼의 환상적인 군무를 볼 수 있다.

철원평야 두루미

두루미탐조대(사진 철원군청)

15종의 두루미 중 7종의 두루미가 매년 겨울 철원을 찾는다. 벼 수확이 끝난 늦가을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민통선 인접 지역의 논에서 월동하다 북쪽으로 날아간다. 재두루미 일부는 잠시 철원에 머물다 일본 이즈미시로 날아가 월동하는 경우도 있다. 두루미는 보통 가족 단위로 활동을 하며 수백 마리에서 1000여 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먹이와 잠자리를 찾는 습성을 지녔다. 철원을 찾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러시아 아무르강과 중국 북부에서 주로 번식을 하는데 혹한을 견디기 위해 이곳으로 날아와 월동을 한다.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는 전 세계에 2700여 마리,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5000여 마리가 남아 있는데, 매년 철원으로 찾아오는 두루미 수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원이 세계 최대의 두루미 도래지라 불리는 이유다. 철원에서는 두루미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해 탐조여행자들이 두루미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분별한 탐조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루 두 차례(10시·14시), 제한된 인원(약 40명)만 셔틀버스로 탐조여행을 할 수 있다.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고창군청, 서산시청, 철원군청 및 각 지자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4호(23.1.24,31) 기사입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