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판사판은 원래 불교 용어야"…번역가 고심했을 '더 글로리' 그 대사
입력 2023-01-23 13:21  | 수정 2023-01-23 13:26
극 중 학교 폭력 피해자인 문동은과 가해자 이사라가 교회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사진=넷플릭스 캡처
"여기 교회야"라는 대사로 문화적 내용 축약
송혜교 주연, 김은숙 각본의 '더 글로리'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더 글로리로 본 영어 번역의 어려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됐는데, 특히 "커서 만나니까 이판사판이다 이거냐"는 대사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이는 극 중 학교 폭력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이 성인이 된 후 가해자 무리의 이사라(김히어라)를 만난 뒤 교회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사라가 문동은에게 '이판사판'이냐고 묻자 문동은은 "큰일 나 사라야. 이판사판은 원래 불교 용어야"라며 기독교 신자 이사라를 조롱합니다.

이들이 언급한 이판사판(理判事判)은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찔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뜻하는 말로 불교 용어인 이판과 사판이 결합한 것입니다.


풀어서 보면, 이판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일이고 사판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일을 말합니다.

조선시대에 고려 귀족 세력의 잔재를 억누르려 불교를 탄압하는 억불정책(抑佛政策)을 펼치며 스님이 '낮은 신분'으로 표현되자 이판사판이 끝장이나 마지막 궁지 등의 의미로 통했다고 전해집니다.

한자 문화권이나 불교문화가 익숙한 나라에서는 단어를 번역하기만 해도 해당 장면을 쉽게 표현할 수 있지만, 영어권에서는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극 중 학교 폭력 피해자인 문동은과 가해자 이사라가 교회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사진=넷플릭스 캡처

이에 넷플릭스는 해당 장면을 의역하고 나섰습니다.

이사라가 뱉은 '이판사판'은 욕설로 대체됐고 문동은의 대답은 "여기 교회야"라는 식의 표현으로 은유 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기생충의 짜파구리처럼 문화가 달라 이해가 힘든 부분을 번역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고충 좀 했을 듯"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세계 넷플릭스 TV 쇼 부문 4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과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대만, 베트남 등 총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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