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홍준표 얘기하는 이재명…법조계 “불법 평등 의미하지 않아” [서초동에서]
입력 2023-01-21 09:00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홍준표 등 다른 지자체장도 하는 적법행정"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할 때 제출한 진술서를 공개했습니다.
진술서 내용을 보면 홍준표 경남지사 시절 기업들의 경남FC 후원을 언급하며 다른 지자체장도 하는 적법행정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 대표뿐 아니라 여러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많은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행정상의 편의를 제공한다. 이 대표가 문제라면 다른 지자체장들도 전수조사할 것이냐?"라는 취지의 얘기를 합니다.

◇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수 법조인들은 이런 논리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반박합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법 앞에 평등이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2012헌마776)"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불법행위가 처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불법이 인정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2017년 1월 탄핵심판 변론에서 역대 정권도 측근비리가 있었다며 탄핵사유의 부당함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소추인단(국회)은 "위법행위의 경중을 논해 형평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검사는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의혹을 여러 차례 수사한 적이 있는데 교수들이 하나같이 관행을 얘기하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이 검사는 해당 교수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있다면 제보하면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 '국정원 특활비' 관행이었지만…처벌 못 피해

지난 2018년 ‘국정농단 수사 중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개인적으로 '굳이 이것까지 수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사가 본격화하자 2018년 1월 자유한국당은 "좌파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활비 상납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쏘아붙일 정도였습니다.

당시 한 검사에게 물었습니다. "일종의 관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내용인데 이런 부분까지 수사한다는 건 지나친 것 아닌가요?" 검사의 답변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관행이 불법이라면 수사를 통해 처벌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고쳐야죠. 불법을 관행이라는 이유로 유지해서는 안되지요" 우문현답였습니다. 결국,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과 전직 국정원장들은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 수사와 재판 통해 검은 관행 사라져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문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선물용 시계가 품귀현상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던 인사에게 시계를 더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럴 때 국정원 특활비로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 고리가 끊어져 추가 생산을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부적절한 관행'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중요한 것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있어야 합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것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있었느냐"라며 "다른 지자체장들도 모두 하는 관행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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