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번엔 '건축왕' 등장…주택 2,700채로 266억 전세 사기
입력 2022-12-23 16:36  | 수정 2022-12-23 16:50
사진 =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집주인 돈·땅 많다"면서 세입자들 안심시켜
효력 없는 '이행보증각서"까지 작성해가면서 사기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이른바 '빌라왕'에 이어 이번엔 '건축왕'이 등장했습니다.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700채를 차명으로 보유한 건축업자가 26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건축업자와 공모한 이들 중에는 명의를 빌려준 '바지 임대업자'뿐 아니라 전세 세입자를 끌어들인 공인중개사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 씨(61)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바지 임대업자, 중개 보조인 등 공범 4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A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 보증금 266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세입자들을 상대로 "집주인이 돈도 많고 땅도 많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안심시키며 전세 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씨 소유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로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한 건물입니다. 이는 '빌라왕' 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입니다.

이번에 함께 적발된 공범 중 일부는 A씨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자신의 이름으로 세입자들에게 전세를 준 바지 임대업자들입니다. 이들은 명의신탁 대가로 A 씨로부터 매달 200만 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파트나 빌라에 우선순위로 잡혀 있는 담보대출 탓에 전세 계약을 주저하는 세입자들에게는 "전세보증금을 못 받으면 대신 돌려주겠다"며 효력도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주기까지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1인당 최소 6,000만 원부터 최대 1억 원 가량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계약을 할 때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통해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담보대출 등으로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집은 향후 경매 가능성도 생각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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