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예매 시작 후 30분 만에 올라온 '암표'…온라인 암표는 처벌 못 해-취[재]중진담
입력 2022-12-19 16:32  | 수정 2022-12-19 16:49
취재진이 직접 유명 가수 연말 콘서트 예매에 도전했다. 대기 순번은 3만 번을 넘겼다
순식간에 표 동나고 중고거래 앱에 버젓이
암표 온라인 판매는 처벌 규정도 없어

붐비는 연말 콘서트 현장…예매는 '전쟁'

지난 9일, 서울 잠실의 올림픽체조경기장으로 가는 길 곳곳엔 공연을 알리는 안내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유명 가수 god(지오디)의 연말 콘서트가 열리는 현장엔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등 들뜬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된 이후 열리는 연말 콘서트인만큼 관람객들의 기대는 더욱 컸습니다.

연말 콘서트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표를 구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아는 사람들이랑 다같이 피시방에 가서 (티케팅을) 했고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돼서 오게 됐어요." 한 차례 가고 싶었던 공연 표를 구하는데 실패한 경험이 있는 조성미 씨. 이번 만큼은 예매에 성공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부른 데다가 집보다 빠른 인터넷 속도를 가진 피시방으로 간 겁니다.

예매가 얼마나 힘들까. 저희 취재진이 직접 예매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가수 싸이의 연말 콘서트 표 구하기에 도전했습니다. 저녁 8시 정각에 맞춰 예매하기를 눌렀지만 대기 순번은 3만 번을 훌쩍 넘겼고, 뒤늦게 들어가진 좌석 선택 화면에선 이미 예매가 완료된 좌석들이 가득했습니다.

친구 4명과 함께 모여 싸이 콘서트를 예매했지만 혼자만 성공했다는 윤동현 씨. "빠르게 예매할 수 있는 반사신경, 사람들이 몰려 사이트가 느려질 때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윤 씨는 여러 차례 인기 콘서트 예매를 실패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없었다면 이번 예매도 실패했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매 직후 중고거래앱에 올라온 '암표'

예매 전쟁엔 연말 콘서트를 오매불망 기다려온 팬들만 참가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 취재진이 예매에 실패하고 난 뒤 들어가 본 중고거래 앱엔 싸이 콘서트 티켓이 올라와 있었는데요. 15만원 정도하던 티켓 값은 30분도 안 돼 2배 넘게 값이 뛰었습니다.

불가피하게 공연에 가지 못하게 돼 같은 값에 표를 양도하는 것이 아닌 수익을 위한 매매입니다. 이른바 '표 사냥'을 하는 전문꾼들이 매크로 프로그램(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를 사들인 뒤 비싼 값에 되파는 건데, 바로 '암표'입니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예매 전쟁에 뛰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티케팅 실패자에게서 심경을 듣고 있다

"솔직히 억울하죠. 공연은 제가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돈을 써서 보러가는 건데…." 표 예매 과정이 너무 어렵다보니 취재진이 만난 한 티케팅 실패자는 울며겨자먹기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대리 티케팅 업체를 찾게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저같이 간절한 사람들이 암표를 구매하는 이력이 있으니까 어떻게 좀 막기가 애매한 것 같고…." 평소 가고 싶었던 아이유, 성시경 콘서트 예매를 번번이 실패한 서요셉 씨 상황도 비슷합니다. 너무 가고싶은 맘에 과거 암표를 산 경험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비싼 값의 암표 판매는 막아야지 않겠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부정행위 막고 건전한 공연문화 조성해야"

암표 판매를 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벌금 20만 원을 물어야합니다. 하지만 법이 적용범위를 "흥행장, 경기장 등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는 곳"이라고 규정한 탓에 공연장에서 암표를 판매를 하다 적발되는 게 아니라면 처벌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저희 취재진은 지난 9일 찾은 연말 콘서트 현장에서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을 포착해보려 시도했습니다.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장 곳곳을 돌아봤지만 끝내 암표상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관람객들을 위해 응원 도구를 파는 상인은 취재진에게 "코로나 이전에는 암표상이 꽤 있었지만 최근에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공연법에 명시된 부정판매 방지에 대한 설명

이처럼 주로 온라인으로 암표들이 거래되는 추세다보니 현행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연법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암표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만 돼 있을 뿐 명확한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건강한 공연 문화를 가꾸기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제재 규정이 마련돼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암표를 판매할 때 과태료를 1천만 원 이상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이유입니다. 해당 법은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암표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공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통과된다면 앞으로 관람객들이 보다 공정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까요.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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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혁재 기자 yzpotat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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