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의사 없어 '필수 의료' 붕괴?
입력 2022-12-14 19:59  | 수정 2022-12-14 20:03
약 2천 년 전 고대 로마 시대 '폼페이'는 귀족들의 휴양지로 번성했던 곳이지만, 화산 폭발로 단 18시간 만에 완전히 잿더미가 돼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훗날 고고학자들은 여기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엄마와 아기, 서로를 끌어안은 연인까지. 마지막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인간 화석'을 복원해 내는데, 이중엔 수술용 도구를 챙기려던 의사도 있었다죠. 불덩이가 쏟아지는데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의사의 본분을 잊지 않았던 겁니다.

'이 환자에게 닭 두 마리 값을 내주시오.'

'바보 의사'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가 영양실조 환자에게 내린 처방입니다. 그는 헐벗은 환자에게는 내복을 사주고, 치료비가 없는 딱한 환자는 병원에서 도망치게 도와주며, 마지막 순간까지 인술과 봉사, 무소유를 실천했습니다.

전국 67곳 병원에서 2023년 전기 레지던트를 모집한 결과, 산부인과 외과 같은 필수 의료과에서 미달이 속출했습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가장 저조했죠.

급기야 그제 인천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사고 위험이 크거나 업무 강도가 높은 전공은 피하고, 수입이 좋고 위험부담이 덜한 안과나 성형외과 같은 전공으로 의사들이 몰린 겁니다.

물과 다이아몬드, 둘 중 생명에 반드시 필요한 건 물이지만, 다이아몬드가 훨씬 비싼 이유를 경제학에선 희소성 때문이라고 하는데 의료계에서만큼은 이와 반대인 거죠.


자본주의 시대, 또 조금이라도 편한 일을 하려는 요즘, 의사들까지 이러니 섭섭한 마음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의술은 인술이다.'라는 말을 좀처럼 듣기 힘든 요즘, 의사들에게만 인술을 실천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더 힘든 일에 더 많은 보상을 주는 쪽으로 의료 수가 개선 등 체계를 바꾸는 건 어떨까요.

필수 의료의 붕괴는 바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그리고 이런 일을 해결하는 게 또 정부의 일 아니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의사 없어 '필수 의료' 붕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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