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직 판사도 ILO도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은 모순' 지적
입력 2022-12-14 18:17  | 수정 2022-12-14 18:53
사법정책연구원 국제 컨퍼런스 '국제인권과 노동, 사법의 과제' (사진=대법원)

화물연대의 파업과 이에 따른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현직 판사와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에게서 나왔습니다.

오늘(1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사법정책연구원 주최 '국제인권과 노동, 사법의 과제' 국제 컨퍼런스 중 열린 참석자 질의응답에서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의견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노동자 보호'·'자영업자 자유' 둘 다 부정"


컨퍼런스 발표자로 나섰던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라고 보면서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상당한 모순"이라며 "노동자라면 보호해줘야 하고 자영업자라면 영업의 자유를 보호해줘야 할 거 같은데 둘 중 어느 하나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화물연대 조사를 두고도 김 부장판사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는 강자들끼리 연합해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걸 막는 게 취지라고 아는데 트럭운전자들 연대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시장교란행위로 규정하는게 법 취지와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해당 문제들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현직 법관으로서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은 만큼 법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감상"이라고 전제했습니다.

팀 드 마이어 ILO 국제노동기준국 선임자문관 (사진=대법원)

발표자로 나섰던 팀 드 마이어 ILO 국제노동기준국 선임자문관도 "ILO 협약 105호(강제노동 철폐 협약)을 비준한 국가들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의 화물연대 조사를 두고도 드 마이어 자문관은 "(화물연대를) 카르텔로만 간주해 반독점법을 적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곤란하다"며 "(근로자성과 자영업)의 어느 중간에서 단체교섭권도 인정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성 부정" vs "화물연대만 부정"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을 둔 학계와 정부 간의 설전도 벌어졌습니다.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오른쪽) (사진=대법원)

발표자로 나선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해 화물연대가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자영업자 단체로 인정돼 노동3권 행사 주체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노조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해명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이번에 발생한 일들을 통해 여전히 대형수송차 운전기사 같은 종속적 자영업자들 노동3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황효정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맨 오른쪽) (사진=대법원)

그러자 토론자로 나선 황효정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화물차주도 노조법상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실제로 노조 설립을 신고해 활동도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다만 화물연대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나 파업 전 조정 절차 등 노조법을 준수한 적이 없어 스스로 노조로서 활동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화물차주의 근로자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화물연대'만 노조가 아니라 판단할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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